유아인,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줄 아는 배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 기자] 배우 유아인의 인터뷰는 솔직함과 ‘오버’(over)를 살짝살짝 오간다. ‘오버’라는 표현은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표현이지만 유아인에게는 좋은 의미다.

배우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고, 그것에 대한 의미부여 내지는 확장 설명을 개성적으로, 그리고 자신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도 무궁한 변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유아인에게 ‘오버‘는 간혹 ‘자뻑’이라 할지라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다.

“로맨틱 코미디 하나 없이 지난 1년간 사랑받았던 게 자부심이다. 이것들을 내가 다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고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낀다. 사도와 베테랑, 육룡의 인물 모두 선이 굵고 센 캐릭터다. 사람들이 유아인은 선 굵은 캐릭터만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은 ‘밀회‘의 선재다.”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 “제 가치의 우선순위는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대는 성장이 화두였다.”


유아인은 영화 ‘사도‘와 ‘베테랑’에 이어 최근 종영한 50부작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철혈군주 태종 이방원을 연기했다. 조선의 왕이 되기 위한 이방원의 야망과 광기는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 당겼다.

“유동근 선배님이 했던 방원 이미지가 있다. 역사는 해석이 하나만이 정답이라는 건 선입견이다. 조금 더 강인한 철혈군주, 세종의 아버지여서 더 흥미로웠다. 기존 이방원과는 다르게 했다. 냉혈하고 강인하기만 하지 않고, 이면에 연약함이 있다고 생각하고 정치인으로서의 방원의 내면을 보여주었다. 그런다고 인물이 미화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육룡’속 이방원은 수없이 낭만과 폭주의 기관차를 이어탔다. 스승을 두 분이나 죽여야 했다. 스승을 죽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죽든가 선택해야 하는 캐릭터다. 전체 50부속에서 방원의 나이별 표정변화에도 신경써야 했다.

“선이란 무엇이며, 악이란 무엇인가? 정치권력 앞에서 이런걸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방원이라는 인물이 착하냐, 추악한 인물이냐를 평가할 수는 없다. 지금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정몽주를 죽이고, 갈림길에서 어떤 갈등에 놓이고,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게됐을까 느끼면서 인간미를 발견했다. 서글프기도 했다. 인물 해석의 정답을 보여드린 게 아니고, 인물의 혼란함을 보여드렸다.“

유아인은 정도전 역인 김명민과의 관계가 간단하지가 않았다. 초중반에는 롤모델 같았다가 후반에는 정적이 됐다. 변화 포인트를 보여주어야 했다.

“감독님이 천호진, 김명민 선배님 나온다고 기죽지 말라고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이방원은 초반에는 기가 죽는 인물이었다. 나는 어디 가서 기죽는 스타일이 아니다.”

유아인은 ‘육룡’에서 많은 인물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 많은사람과의 관계속에 이방원이라는 인간이 규정된다. 조영규, 무휼, 이방지, 분이…

“방원에게 영규 형님의 죽음은 편안함은 끝났다는 신호였다. 엄마같은 존재다. 안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의미. ‘왕자의 난‘에서 판타지로 죽은 영규 형님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크게 교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무휼은 멋있는 척 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방원에게 형 같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정도의 인물. 이방지와는 동지애는 있지만 우정이 없다. 분이는 처음에는 가장 솔직하고 편안한 이방원의 모습으로 설 수있게 해준 존재였지만 갈수록 그게 안되는, 가장 어려운 골치덩이였다. 애정은 있으니 어떻게 하기 힘든 존재. 분이와는분리될 수 없는 마지막 고독한 순간을 맞았다. 권력 가진 사람은 다 그럴수 밖에 없다.”

유아인은 실생활에서도 할 소리는 하는 사람이다. 간혹 정치적인 발언도 하고, 드라마 제작현실의 불합리한 문제도 제기했다. 연예계에선 ‘소신발언가’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일터가 다 힘들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일터는 없겠지만, 드라마 현장도 그런 게 많다. 이게 빨리 끝나질 않으니까 발언하고 싶었다. 그런데 싸가지 없다고 하니. 나이 들며 몸을 사리게 되는 변화를 보는 게 슬프다. 정치적 발언을 한 지도 오래됐지만, 끊임 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 개인 영달을 위해 살아가는 거지만, 거기에 가장 중요한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기성세대가 만든 이분법과 선악구도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정치를 바라보고 참여해야 한다. 우리 세계를 만드는 사람을 뽑는 일은 시대정신이다. 손가락질 하고 욕하지만, 결국 참여해야 한다.”

유아인은 “대의를 위해 움직이는 이방원이 요즘 시대에 정치를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장 잘 할 것 같다. 욕 먹을 것 같으면서..”라고 말했다.

유아인은 방원을 연기하며 혼란을 많이 겪었다고 했다. 이미지가 명확하게 씌워져 있는 인물이라 어느 정도 변주할 것인가, 방원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혼란스러웠다. “조금만 어떻게 하면 미화라고 하고.. 대한민국이 역사에 민감하다. 하지만 내가 애착 가는 인물은 사도에서 이방원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유아인은 연기란 걸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스스로 연기에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선입견을 깨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 ‘성균관 스캔들’에서 여성들의 판타지를 만들어놓고 바로 깨버렸다고 했다.

“저는 인물을 창조하는 그냥 한 명의 크리이이터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제 방식으로 재창조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내는 크리에이터, 배우도 그중 하나다. 인물 창조는 재밌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20대를 연기로 보내고 30세가 된 유아인은 입대를 앞두고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멋있는 척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의 시선에 맞춰버리는 세태에 자신이 별난 사람이 되버리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자신도 그 시선에 맞춘다면 자신이 원하는 배우의 길이 아니다.

“요런 걸 하면 여자들이 좋아해주지 않을까 하고 너무 계산적으로 선택해놓고 살아간다면 멋있는 배우가 아니다. 그동안분간을 잘하고 20대를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소비해버리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진정성 있는 배역을 하려고 했다. 이방원을 선택하는 배우의 과감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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