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홍길동②] ‘듣도보도 못한’ 한국형 안티히어로의 탄생(리뷰)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홍길동’. 한국에서 이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다. 관공서 서류 견본에도, 숱한 이름의 예시로도 쓰이는 ‘홍길동’이지만 정작 ‘홍길동’이라는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다.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 5월4일 개봉)은 여기에 착안했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사람, 홍길동이 시대도 공간도 불분명한 ‘영화적 공간’ 안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배우 이제훈이 ‘신념도, 정의감도, 정도 없는’ 사립 탐정 홍길동으로 분했다.

홍길동은 어릴 적 자신의 어머니가 김병덕(박근형)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인물이다. 그때부터 뇌의 ‘해마’에 문제가 생겨 기억을 잃고 두려움이나 정의감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복수하러 찾아간 곳에서 그는 원수의 손녀인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이와 마주친다. 김병덕을 찾아 손녀들이 보는 앞에서 죽이려던 홍길동의 마음이 풀어진다. 그리고 더 커다란 악(惡)에 맞서 싸울 준비를 마친다. 

[사진=‘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스틸컷]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다.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에 맞서 정의의 편에 서고,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한다’는 설정이다. 원래 영웅이 될 생각이 없던 사람이 ‘어쩌다가’ 영웅이 되는, 전형적인 ‘안티히어로’ 영화의 문법을 따른다.

단조로운 스토리를 살린 것은 조성희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다. ‘남매의 집’(200), ‘짐승의 끝’(2011), ‘늑대소년’(2012) 등 현실에 없을 것 같은 판타지적인 공간을 창조해 내던 그의 특기가 ‘탐정 홍길동’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사진=‘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스틸컷]

환상적이고 만화적인 배경 설정은 마치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에 등장하는 ‘고담씨티’나 ‘메트로폴리스’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오히려 뉴욕이나 시카고 등 실제 장소를 로케이션하고 이름만 다르게 붙인 그쪽 배경보다, 엄청난 CG가 가미된 ‘홍길동’의 배경이 훨씬 새롭게 느껴진다.

지난 25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조성희 감독은 “80년대 초반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긴 했지만, 명확하게 고증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라면서 “‘그런 시대가 있었는지’하고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영화적 체험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1950~1960년대의 전통적인 필름 누아르 영화들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다. 조 감독은 “코트에 페도라 의상, 안개와 그림자, 젖어 있는 거리 등의 요소를 한국적 배경에 자연스레 녹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진=‘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스틸컷]

자칫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두 아역배우 노정의 양과 김하나 양의 맛깔나는 연기다. 극중 홍길동을 ‘껌딱지’처럼 따라다니면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던 홍길동을 변화시킨다.

특히 연기 경력이 전무한 김하나 양의 찰진 대사들이 ‘빵빵’ 터진다. 두 아역배우와 호흡을 맞춘 이제훈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하나 양이 연기할 때 숨이 멎을 만큼 사랑스러운 순간들이 있었다”라면서 “영화에 많은 배역들이 있지만 관객들이 극장을 나올 때는 그 아이를 기억하며 나올 것이라는 걸 촬영 때부터 직감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5월4일 개봉. 15세 관람가. 125분.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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