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운찮은 한인회장 당선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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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있는데 기쁘지 않다’라는 제목의 사진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유행하던 사진 한장이 있다. 사진의 제목은 ‘이기고 있는데 기쁘지 않다’. 이 사진은 자신의 모국이 개최국 브라질을 큰 점수차로 앞서자 ‘기쁘지만 그 감정을 브라질 팬으로 둘러쌓인 관중석에서 차마 표현할 수 없는’ 독일 응원단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후 이 사진은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 무엇인가 이상한’상황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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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전 당선자가 6일 LA 한인회관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번 LA한인회장 선거는 예년에 비해 아주 조용하게 치러졌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사진처럼 괜찮은 듯 지나갔을 뿐이다. 한인회장 선거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우선 제임스 안 현 회장이 ‘재출마’의사를 표했을 당시 상황을 보자. 선관위의 규정대로라면 제임스 안 회장은 임기를 마치기 전 회장직을 사퇴했어야 했다. 결국 안 회장이 등록 자체를 하지 않아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 과정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다. 만일 안 회장이 출마 의사를 밀어 붙였다면 아마도 현직이라는 프리미엄 탓에 엄청난 사전 선거 운동 효과를 거뒀을 것이다.

두번째 선관위의 역할과 기능이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박형만 노인센터 이사장을 ‘서류 불충분’이란 이유로 탈락시켰다. 지난 30대부터 33대까지 무려 4대 연속으로 선관위가 등록후보를 탈락시키며 무투표 당선자를 내게됐다.

LA 한인회 선관위는 지난 30대와 31대 선거 당시 한인 박요한 씨를 선거 운동 규정 위반을 이유로 연속 자격 박탈했다. 이로 인해 30대는 스칼렛 엄씨가, 31대는 배무한 씨가 무투표 당선됐다.

지난 선거에서는 LA 한인상공회의소와 한인의류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케니 박씨를 ‘입후보 신청 용지는 후보자가 수령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소급 적용하며 탈락시켰다. 현 회장인 제임스 안씨는 이를 통해 선거없이 당선됐다.

3차례 후보 자격 박탈 과정에서 선관위가 내세운 규정은 모두 궁색하기 그지 없다. 선관위가 선거 운동 규정 위반을 이유로 자격박탈한 박요한씨의 경우 사실 스칼렛 엄과 배무한 씨 당선을 위해 희생된 케이스라는 뒷말이 아직도 나돈다. 선관위가 선거 운동 규정 위반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박 씨는 또 하나의 LA 한인회를 창립하며 한인회가 2개로 분리되는 ‘내란’을 일으켰다. 케니 박 씨의 경우 역시 다른 사람이 가져간 입후보 신청용지를 사용해 후보 등록을 취소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탈락시켜 커뮤니티의 지탄을 받았다. 심지어 역대 한인회 회장단 모임인 한우회조차 “제임스 안 씨의 한인회장 당선은 무효”라며 “선거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선관위 독단으로 75만 명으로 추산되는 LA지역 한인 동포들에게 한인회장을 뽑을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심각한 월권행위라는 지적이다.

선관위는 박형만 노인센터 이사장이 제출한 서류가 ▲입후보자 등록비에 대한 서류 공증이 없다 ▲벌칙사항에 대한 영어번역본이 미비하다. ▲소셜시큐리티 카드를 제출하지 않았다 ▲LA 카운티 7년 거주 증명 서류가 부족하다 ▲한국 및 미 범죄기록 증명이 미비하다며 자격 박탈 사유를 설명했다.

“부족한 서류가 너무 많아 후보등록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선관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4명의 후보가 출마한다고 했던 것이 애초부터 로라 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연막이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형호 LA 노인회장과 제임스 안 현 회장은 서류 접수 마감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해 김을 빼더니 박형만 이사장은 누가 봐도 스스로 출마 자격을 거둬들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서류를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선관위의 결정을 아쉽지만 받아들이겠다”라며 ‘병풍 후보’같은 말을 했다.

로라 전 당선자를 뺀 나머지 3인이 실제 회장 출마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쩐지 이들 후보가 로라 전씨의 당선을 위해 멍석을 깔아준 느낌이다.

후보간 비방전 없이 커뮤니티의 분열 없이 무사히 회장 선출을 마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뭔가 이상하다. 다음 회장만큼은 제대로 된 선거를 통해 한인들이 원하는 후보를 뽑게 되기 바란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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