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8주년②] 장얼의 ‘8년’, ‘88만원 세대’부터 ‘8주년’까지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2008년 등장한 장기하와 얼굴(이하 장얼)들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았다. 꽃미남 밴드도, 솔로도 아이돌도 아닌 정체 불명의 밴드. ‘싸구려 커피’의 랩인지 노래인지 말인지 단정지을 수 없는 경계 불명의 구간. ‘B급’ 감성이라는 유행어가 그들을 어쭙잖게 설명하려 했을 뿐이었다.

‘싸구려 커피’는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몰고왔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색깔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공개한 음원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대박’이 났다. 그 기저에는 ‘싸구려 커피’에 담긴 시대 정신이 있었다. 당시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고 재치 있게 표현한 가사로 주목 받았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오는 싸구려 커피’와 ‘장판이 나인지 내가 장판인지 모르겠는’ 자취방 생활까지 이 시대 청년들의 삶을 응축해 놓고 있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 대표 곡으로 자리잡으며 장얼 역시 방송 출연을 시작하며 무섭게 입지를 다져나갔다.

[사진=장기하와 얼굴들 앨범 재킷]
[사진=장기하와 얼굴들 앨범 재킷]

‘싸구려 커피’의 승승장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얼은 각종 음악페스티벌과 대학 행사에서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88만원 세대’가 향유하는 20대 대표 음악 행사에는 언제나 그들이 있었다. 공연에 있어 ‘대세’로 떠오른 그들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음악페스티벌의 단골이 됐다.

그 후 행보는 이들의 등장이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2009년 정규 1집 앨범 ‘별일없이 산다’를 통해 다시 한번 그들의 음악 색깔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싸구려 커피’를 수록한 앨범으로 타이틀 ‘달이 차오른다’로 다시 한번 인기를 끌었다. 2011년 2집 ‘장기하와 얼굴들’을 발표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나갔지만 ‘싸구려 커피’ 이후 주춤한 건 사실이었다.

다시 국민 대표 곡이 나온 건 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 OST를 통해서였다.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곡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흥행과 더불어 대중 모두가 듣는 노래가 됐다. 장기하 특유의 보컬과 재치 있는 편곡은 영화 장면에서도 빛을 발했다.

대세 입증의 무대는 단연 2013년 ‘무한도전’ 가요제였다. 작사, 작곡 실력을 갖춘 뮤지션만 출연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뮤지션으로서 공인 인증을 받는 순간이기도 했다. 방송출연을 통해 보컬 장기하뿐 아니라 ‘얼굴들’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특히 기타리스트 양평이 형이 독특한 캐릭터로 주목 받아 장기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무도 가요제’에서 다른 팀에 비해 노래의 비중이 적고 퍼포먼스에 의존한 무대라는 논란이 일었고 음원 순위에서도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대세 프로그램 출연으로 ‘싸구려 커피’ 이후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14년 3집에서는 ‘공연 밴드’로서의 색깔을 더 강화해 퍼포먼스와 사운드에 더 비중을 뒀다. ‘사람의 마음’ 앨범의 ‘사람의 마음’, ‘내 사람’은 모두 빠른 비트와 더불어 화려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공연 맞춤형’ 노래다. 2집, 그리고 3집을 거듭하며 재치 있는 가사와 담담하지만 특유의 감성이 살아있는 장얼에서 스탠딩 공연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장얼의 앨범은 3집이 마지막이었지만 그 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장기하와 아이유의 열애설이 터지면서였다. 스타 급 아이유의 명성과 더불어 장얼의 이름을 다시 각인시켜줬다.

여러 우여곡절을 넘어 지난 10일 장얼이 8주년을 맞았다. 서울 서교동 홍대 에반스라운지에서 8주년 콘서트를 가지고 120명의 팬들과 함께 이를 기념했다. 이 날 공연에서 장얼은 4집 앨범 수록 곡을 처음 공개했다. 8주년을 기념해 1집 수록 곡들로 채운 공연은 끝으로 신곡을 발표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날 장기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8주년 기념 공연은 새 앨범 발매 전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준비 했다”며 “4집도 원래 장얼의 음악인 이야기와 노래 비중을 늘려 1집과 비슷한 색깔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장얼의 새로운 출발은 다음달인 6월 정규 4집 앨범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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