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영화 시리즈 감독의 날선 진단이다. 조 루소(Joe Russo) 감독은 친형인 안소니 루소(Anthony Russo) 감독과 함께 할리우드 최고 수준의 자본이 투입되고 최고의 제작진만 참여하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총괄하고 있다. 게다가 초호화 캐스팅 군단은 물론, 팬들의 충성도도 이만저만이 아닌 ‘마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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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강연하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와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의 조 루소 감독(KOCCA 제공)] |
지난 4월 국내에서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는 865만 관객을 동원하고 725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세계 수익은 11억 달러(1조2600억원)가 넘는다. 이처럼 최정점에 서 있는 감독에게도 “영화 산업에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추진력이 되고 있다.
8일 오후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개최한 ‘콘텐츠 인사이트’ 강연에 조 루소 감독과 그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토드 마커리스(Todd Makurath) 불릿(Bullitt) 대표가 연사로 나서 영화의 미래에 대해 토론했다. 정체된 영화 산업에서 이들이 돌파구로 삼은 것들을 ‘스토리텔링’, ‘VR(Virtual Realityㆍ가상현실)’, ‘중국’ 세 단어로 요약해 봤다.
▶새로운 스토리텔링…마블의 성공 비결= 조 루소 감독은 이날 강연에서 “마블은 영화 스토리텔링에 있어 새로운 ‘모자이크’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블은 ‘캡틴 아메리카’를 비롯해 ‘아이언맨’, ‘울버린’, ‘앤트맨’, ‘스파이더맨’ 등 각 캐릭터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시리즈물을 제작하는 데 이어 ‘어벤져스’처럼 캐릭터들을 하나의 스토리에 모아 놓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개발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10여년 사이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았다.
이에 대해 그는 “캐릭터에 장기적인 투자를 한 전략이 통했던 것”이라며 “관객들이 ‘다음에는 이 캐릭터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궁금하게 하고 SNS에 리뷰를 올리면서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또 “각 캐릭터의 시리즈마다 다른 감독들이 참여해 창의력을 가지고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다양한 톤을 엮어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전에는 없던 모자이크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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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강연하는 미국 불릿(Bullitt) 영화사의 토드 마커리스 대표(KOCCA 제공)] |
성공하고 있는 마블에게도 강력한 적수는 있다. 조 루소 감독은 “최근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집에서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의 품질이 굉장히 높아졌다”라며 “특히 넷플릭스 등 TV기반 플랫폼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관객을 끌어모으고, ‘하우스 오브 카드’나 ‘왕좌의 게임’처럼 영화보다 더 정교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결국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오게 만들 유인이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이맥스나 3D, 더 나아가서는 VR등 기술을 활용해서 현실감을 증폭시키고 관객이 직접 경험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스토리텔링도 새로운 기술에 맞춰 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VR, 몰입의 기술”= 토드 마커리스 대표는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최첨단”이라며 VR을 소개했다. 마커리스 대표는 2014년 콘텐츠 기업 불릿을 설립할 때부터 VR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구글과 함께 만든 ‘헬프(Help)’라는 단편 VR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헬프’는 시청자가 상하좌우, 전면과 후면 등 360도 화각을 모두 볼 수 있게 촬영된 영화다.
그는 “시청자가 영화 속 공간 안에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게끔 해야 하는 것이 난제였다”라면서도 “스토리의 구조나 전달 방법을 완전히 바꿔 인터랙티브(interactiv)한 내러티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VR이 구현할 수 있는 장밋빛 미래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을 이어나갔다. 조 루소 감독은 “(VR의 큰 범주 안에 들어있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ㆍAR)로는 ‘구글 글래스’ 프로그래밍을 통해 디지털 고양이들을 만들어 방 안에 돌아다니는 것처럼 볼 수 있게 하거나, 집에 있는 가구 배치와 상호작용해서 숨바꼭질 놀이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드 마커리스 대표는 “VR 자체가 기술이고, 플랫폼이고 매체”라며 “앞으로 20~30년간 굉장한 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마블 영화와 접목시키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마블이 그동안 2D영화로 감정적인 면에 소구하며 팬들을 이끌었지만, 팬들은 영화 하나를 보려면 1~2년을 기다려야 했었다”라며 “VR이 발전한다면 팬들이 언제든 헤드셋을 쓰고 어벤져스 본부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며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와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마블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온 세상에 마블 캐릭터만 보고 싶다면 보이는 얼굴 모두에 마블 캐릭터를 입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과 현실을 혼동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마커리스 대표는 “모든 감각들이 장악되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는 것도 인정한다”라면서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떼어가는 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이야기 천국 “중국으로”= 토드 마커리스 대표는 올해 중국 북경에 앤덤 픽쳐스(Anthem Pictures)를 설립하고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영화사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해 현지화에 나섰다. 조 루소ㆍ앤소니 루소 감독과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저스틴 린 등과 파트너십을 맺은 그는 중국을 새로운 돌파구로 찾았다고 말했다.
조 루소 감독은 “현재 미국 영화 시장은 정체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마블 캐릭터로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어떤 스토리가 통하는지, 어떤 엔딩이 필요한지 정해져 있다”라며 “건강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TV 분야를 중심으로 넷플릭스나 아마존에서 강력하고 창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천 년 역사를 기반으로 한 문화권을 가진 중국 시장이야말로 다양하고 건강한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다양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자 방향을 찾아오다 보니 중국에 이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마커라스 대표와 루소 감독은 중국에서 새 히어로물을 계획 중이다. 공상과학(Si-Fi) 영화로 염력을 가지고 초자연적인 힘을 쓰는 히어로의 이야기다. 토드 마커라스 대표는 “일각에서 ‘캡틴 차이나’라는 프로젝트명으로 보도가 나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재는 중국 내 재원 발굴에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