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물가만 보면 금리 인하지만…부동산 실수 범해선 안 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면서도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 부진을 더 가속할 위험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 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금 들어오는 시그널을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현재는 금리 동결이 좋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금통위원들은 이날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머지 않은 미래엔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11일 금통위 회의 때와 비교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금통위원 수가 2명에서 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의 근거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도 시행될 것인 만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고 금리를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유지 의견 근거에 대해선 "정부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까지 시차가 필요하고 3개월 내인 올해 12월까지는 금융안정에 유의하는 게 안정적인 정책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뚜렷하지만,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 등과의 '상충 관계'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환율 상승 가능성도 여전히 금리 인하의 장애물 중 하나로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장기적 한국 경제 발전 방향을 볼 때 한은이 부동산 가격에 관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는 '영끌족'을 향해선 "이번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현실적이고 과감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부동산 공급 정책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제약할 수 있다"며 "금리가 예전처럼 0.5% 수준으로 내려가 영끌에 대한 부담이 적을 거라 생각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비 회복과 내수 개선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소비 증가에는 시차를 두고 제한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소비가 줄어든 것은 구조적으로 고용과 연결된다"며 "현재 20~40대 고용은 줄고, 고령층 고용은 늘고 있다"라며 "구조적으로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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