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현행 정년, 연금 공백 못 메워…법정 정년연장 논의시작”
권기섭 위원장 “아무런 조치 없이 법정 정년연장 ‘무책임’…4월까지 ‘안’ 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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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자 계속고용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개회사 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공]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치권이 앞다퉈 법정 정년 연장을 화두로 들고 나오면서 지금껏 고령 근로자 계속고용 방식에 대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주도해왔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경사노위는 정치권이 노사정 합의 없이 법정 정년연장에 대한 입법을 추진할 경우, 세대간 갈등과 기업 경쟁력 약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9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오는 12일 계속고용위원회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경사노위 본회의장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 14차 공익회의’를 개최한다.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번에는 좀 더 상세하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4월까지는 논의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4월은 경사노위 계속고용위의 활동 기간(올해 6월)보다 2개월 앞선 시점이다.
경사노위가 바빠진 것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정치권의 메시지가 연일 나오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지난 6일 현재 60세로 규정된 정년 연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 경사노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내란 사태로 한국노총이 회의에서 철수하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며 “이제는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박해철·서영교·박정 의원 등이 근로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개정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를 보면 국민연금 수령 연령에 맞춰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박해철 의원안)이나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서영교·박정 의원안) 등으로 노동계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국민의힘도 이미 작년 11월 법률 개정안 발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장은 당시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데 위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 계획을 밝한 바 있다.
경사노위 권기섭 위원장은 정치권의 이런 ‘속도전’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권 위원장은 “2016년 60세 정년연장 시행 당시 충격이 컸고 법적 분쟁도 많았다”며 “아무런 조치 없이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청년 채용, 기업 경쟁력 제고 등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무책임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계속고용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경사노위가 노동계의 합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많다. 경사노위가 그리고 있는 계속고용 ‘방식’이 일본식을 표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4년 65세로 계속고용을 의무화한 일본은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고용 3개 선택지 중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대응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런 일본식 계속고용 방식에 대해 노동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지난 23일 경사노위가 개최한 ‘계속고용에 대한 공론화와 대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 토론회’에서 한국노총은 “2023년 재고용 제도 관련 조사를 한 결과 재고용의 대부분 형태가 비정규직이었고, 퇴직 전 임금 대비 평균 21.9%가 삭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다시금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재고용 대상 선정이나 선정 방식의 모호성, 그리고 사업주의 우월적인 재량권 하에서 일부만 선택되기 때문에 반복 갱신에 의한 고용 불안감이 굉장히 크고 노동자 권리가 크게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경영계는 지속해서 ‘정년 후 재고용’을 주장해왔다. 재고용은 정년 이전의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 등이 연장되지 않는 구조다. 특히 ‘연공급제(업무 난이도나 역량이 아닌 근속연수와 나이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 개편 없이는 정년연장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법정 정년이란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고, 청년 고용을 악화시켜서 세대 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측은 “간접 노동비 부담까지 증가시키고 인사적체가 심화되면서 세대 간 노노갈등을 촉발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고령자(55세~6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71.6%로 고용률은 69.9%, 실업률은 2.4%였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의 소득 빈곤율이 40%대에 달하는 유일한 국가인 탓이 크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2.5세였던 근로희망연령은 2024년 73.3세로 상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