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가스 배달기사 테러범몰이까지
警 최고대응 ‘갑호비상’ 발령 검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변론이 지난 25일 마무리돼 최종 선고가 다음달 중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는 극우 지지자들은 일명 ‘플랜D’로 불리는 대통령 신변 위협설까지 펼치고 있다. 이에 경찰은 다음달 초중순께로 전망되는 탄핵 심판 당일 경찰의 비상 근무 최고 단계인 ‘갑호 비상’ 발령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26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 주말 헌재로 난방용 LP가스를 배달한 자영업자는 ‘테러범’으로 몰려 영업이 어려울 만큼 공격을 받고 있다.
온갖 미확인 정보가 퍼지는 주요 경로인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다. 이곳에서 LP가스로 헌재에 테러를 일으키려 한다는 음모론이 불거졌다.
당시 한 이용자는 ‘실시간 헌재 앞 가스통 들어감’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LP가스통을 실은 트럭이 헌재로 진입하는 사진과 함께 “요즘 시대에 서울에서 가스 쓸 일이 있나. 모든 걸 의심하자”고 적었다.
이 게시글에는 “25일 최종 변론일에 가스 폭발 테러를 일으키려는 것” “헌재 보수공사 중 불의의 사고가 났다며 헌재를 통째로 날려버리려는 것 아니냐. 국민들이 (윤 대통령을) 구하러 가야 한다” 등의 댓글이 약 200개 달렸다. LP가스 배달 기사가 한 순간에 테러범으로 몰리는 상황이었다.
해당 LP가스는 헌재 내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이 난방용으로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에도 해당 배달기사에 대한 도를 넘은 공격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온라인에서 소위 ‘좌표’가 찍힌 해당 배달기사 A씨는 “지난 주말 내내 전화가 약 150통 정도 왔다.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다”며 “전화를 받으면 헌재에 왜 갔냐고 따져 물으며 다짜고짜 소리를 지른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어 “영업장 앞까지 찾아와서 위협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가스통 하나 팔아서 얼마나 남긴다고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헌재 자유게시판에는 “사기 탄핵 각하하라” “부정선거 선관위 서버 까” 등의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연이어 게시되고 있다. 오전 9시30분 기준 이날 등록된 게시글만 4500여 건나 된다. 그야말로 윤대통령 지지자들이 ‘도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헌재 관계자는 “자유게시판에 하루에도 상당수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서버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보과에서 서버 확충을 위해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라이트테라스’에서는 우호 여론 조성을 위한 조직적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라이트한 댓글화력’ 게시판에는 일명 ‘화력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기사 링크를 걸고 우호적인 댓글 분위기 조성을 위한 지원을 주고받고 있다.
또 지지자들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자택 앞에서 출근길 사퇴 촉구 시위도 벌였다. 문 대행의 연락처를 공유하며 문자 폭탄을 보내고, 문 대행이 가입한 고교 동창 온라인 카페에 음란물이 게시됐다며 헌재에 대한 도 넘은 공격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경찰은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탄핵 선고 당일 대규모 인원의 운집이 예상돼 마찰,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찰청에 갑호비상을 건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문 대행의 자택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협적인 시위에 대한 수사도 검토하고 있다.
이영기·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