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집값 전망 하락→한달 뒤 재상승…8년 만의 ‘데자뷰’

6·27 대책 후 집값 전망 한달 후 반등
2017년 8·2대책과 똑같은 흐름 반복
이창용 한은 총재 “정부 공급대책 필요”


6·27 대책 이후 집값 기대 흐름이 지난 2017년 8·2 대책 당시와 비슷하게 흐르면서 공급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의 한 부동산에 아파트 매물 광고 [헤럴드DB]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정부의 부동산 대출 억제 정책인 ‘6·27 대책’ 이후 집값 기대 흐름이 지난 2017년 ‘8·2 대책’ 당시와 같은 모양으로 흐르고 있다. 대책 발표 직후에는 집값 기대가 큰 폭 하락했지만, 불과 1개월 만에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전형적 수요 대책인 대출 규제만으로는 집값 안정 성과를 장기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서울 부동산 불패 신화가 사실상 깨진 적 없고,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으로 실수요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시장 심리를 꺾을 정도의 공급 대책이 당장 절실하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9로 그 전달(115)에 비해 무려 16포인트나 하락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을 뜻한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일시적인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8월 당시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이른바 ‘8·2 대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투기과열지구에 대출을 옥죄는 것이 골자로 전형적인 대출 규제, 수요 억제 정책이었다. 정부는 이 대책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로 줄였다.

문제는 그 효과가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7년 9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다시 뛰어 103을 기록했고, 다음 해 2월에는 112까지 치솟았다.

같은 흐름이 8년이 지난 올해 여름에도 나타났다.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1개월 만에 11포인트나 급락한 109까지 떨어졌다. 3년 만에 가장 큰 폭 하락이었다.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하면서 수요를 성공적으로 억제했다.

그러나 8월 주택가격지수가 한 달 만에 상승하면서 하락 추세는 이어지지 못했다.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2포인트 상승한 111을 나타냈다. 8월 수치는 지난 6월(120)보다는 낮지만, 5월(111)과는 같은 수준이다. 대책 시행에 앞선 2개월 전으로 기대 수준이 돌아갔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둔화가 됐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이 아직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결국 공급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집값은 다시 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서울 부동산 가격의 우상향 그래프가 장기 시계열에서 꺾인 적 없어 믿음이 두텁고 국민 대부분이 실제 자산을 부동산 중심으로 구성하는 데다가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으로 실수요도 충분하다.

수요 정책 자체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꺾기 어렵다는 의미다. 공급 대책이 빠르게 뒷받침하지 못하면 결국 과거의 정책 실패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가계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한 6·27 대책에 관해 “굉장히 잘 된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완할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추가 대책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수요 조절 도구인 기준금리로 집값을 조절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로 집값을 잡으려고 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정부의 여러 공급 정책 등이 필요하고, 한은이 하는 것은 유동성을 과다하게 공급해 집값 인상 기대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대책으로는 “거시정책뿐 아니라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문제도 중장기적으로 해결돼야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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