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도시에서 도심과 외곽의 집값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주거 안정이 주요 정책 의제로 자리 잡았다. 이재명 정부도 급등하는 집값에 청년, 신혼부부, 노년층이 외곽으로 밀리지 않도록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과 같은 부담가능주택(affordable housing) 공급에 나서고 있다. 취약층이 모아둔 자산이 없어도 거주할 수 있는 부담가능한 주택을 다양한 형태로 운영 중인 미국 플로리다 주택 시장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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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숀 네스빗 미국 플로리다주택연합회장이 지난달 26일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의 로젠 센터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
[헤럴드경제(올랜도)=홍승희·김희량 기자] 이재명 정부가 첫 공급대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 카드를 꺼내들었다. 향후 5년간 총 6만호의 주택을 민간에 맡기지 않고 직접 시행해 착공하겠다는 계획인데, 이중 일부 분양분을 제외하고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의 임대주택이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부담가능주택(affordable house)’이 확대되는 셈이다.
아숀 네스빗(Ashon Nesbitt) 미국 플로리다주택연합회장은 지난 26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로젠센터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부담가능주택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선 지역사회가 기금을 조성하고 유연하게 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는 지난 1992년부터 부담가능주택 지원을 위한 전용 재원인 ‘사도우스키(Sadowski) 주택신탁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플로리다 주의 변호사이자 정치인이었던 윌리엄 E. 사도우스키의 주도로 조성된 기금은 그의 이름을 딴 관련 법에 따라 운영된다.
해당 주택신탁기금의 도입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안한 단체가 바로 플로리다주택연합회다. 이 조직은 플로리다주 전역의 저소득·중산층을 위한 부담가능주택 보급을 목표로 의회에 기금의 필요성을 제언한다. 현재 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네스빗 회장은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부담가능주택 전문가’다.
소득이 집값 못 따라가는 플로리다…150만 가구, 수입 절반 이상 집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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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빗 회장은 현재 미국 전역에서 임금 상승 속도가 주택 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여전히 많은 이들이 주택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후 출근근무가 회복되며 도심에 모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에 집값이 또 급등했다”며 “중산층 이하 주민들은 매수하려던 집의 크기나 가격을 조정하고 비용 문제로 살던 집을 팔기도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플로리다의 중위 집값은 지난 2017년 30만 달러를 넘긴 후 4년 만인 2021년에 33% 급등한 40만 달러(약 5억5700만원)를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반면 가구당 중위 연 소득은 같은 기간 5만2594달러에서 6만3062달러로 19% 상승에 그쳤다.
특히 높은 주택보험료가 플로리다의 집값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게 네스빗 회장의 설명이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플로리다는 최근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커지며 주택보험료가 지난 3년간 102% 급증했다. 미국 전역 평균 대비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는 “플로리다의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보험료가 월 100달러~200달러 수준에서 높게는 600달러까지 올랐다“며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세금에 보험료 상승까지 더해져 주택 보유자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택 보유 부담의 증가는 임대료를 비롯해 생애 첫매수자의 문턱을 높인다. 플로리다주택연합회가 매년 발간하는 주택 보고서(Home Matter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00만 가구가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사용하는 과부담 비용 가구(Cost Burdened)였다. 이는 주택의 부담가능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소득의 30% 이상을 쓰면 주거비 과부담 가구, 50% 이상을 쓰면 ‘심각한 비용 부담가구(Severly Cost Burdened)’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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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제공되는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위치한 부담가능주택 펀그로브 아파트의 모습. 홍승희 기자 |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주거비 부담은 높아진다. 플로리다의 150만 가구는 수입의 절반 이상을 집값으로 쓰는 심각한 비용 부담 가구다. 이들 중 93%가 저소득층(중위소득 80% 이내)으로 나타났다.
주정부(State) 주택기금이 생애첫주택 지원…월세는 소득구간 따라
사도우스키 주택신탁기금은 이 같은 주거난을 완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 기금의 70%는 67개 지역(카운티, county)에서 낡은 주택을 개보수하고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및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SHIP’ 프로그램에 쓰인다. 30%는 아파트 구매 전용 대출금을 내주는 ‘SAIL’ 프로그램에 사용된다. 특히 SHIP 프로그램은 저소득층의 소득 구간별로 주거비를 차등지원한다. 예를 들면 중위소득 22% 미만자일 경우는 매월 임대료 60만원을 지원받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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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우스키 주택신탁기금은 ‘SHIP’ 프로그램을 통해 아파트 구매 전용 대출금, 그리고 저소득을 위한 월세 지원 등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택연합회 ‘Home Matters 2024’ 리포트] |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비슷한 개념으로,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주택도시기금이 있다. 하지만 플로리다의 주택신탁기금은 지역의 주택시장과 지역민의 특성을 보다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주정부가 운영한다는 차이가 있다. 자금은 주정부가 모으고, 각 카운티로 분배돼 운영된다. 관리는 플로리다주택금융공사(Florida Housing Finance Corporation)로 불리는 준정부 성격의 기관이 맡는다. 전반적인 운영 방식은 연방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른다.
이 기금엔 세금이 투입된다. 올해 플로리다 주의회는 내년 회계연도 예산에서 사도우스키 주택신탁기금의 핵심 프로그램인 SHIP과 SAIL을 각각 1억6380만 달러와 7120만 달러로 전액 지원키로 했다. 이들 예산과 개별 의원 프로젝트를 합산하면 주 전체 주택 프로그램 예산은 8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약 1조2281억원 규모다.
‘주택가격 5억원 이하’,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등 조건이 까다로운 주택도시기금과 달리 사도우스키 주택신탁기금의 지원 대상의 폭이 넓은 편이다. 네스빗 회장은 “기금 내의 프로그램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대체로 지역 중위소득의 150%를 넘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의 소득을 가진 가구도 이용 가능하다”며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보통 주택 가격 상한선은 40만 달러 이상 책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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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다 윈터가든에 위치한 고급주택단지 ‘Waterleigh’ 전경. 홍승희 기자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역할 분담도 원활한 편이다. 그는 “주택 구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주민이 실제 구매를 준비하는 시점에 기금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정합성이 높은 편”이라며 “다만 임대주택 개발 부분에선 연방과 주정부 기관별 요건·절차·일정이 달라 연계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민, 소득의 40%를 주담대 원리금에 쓴다…“市 기금 융통성 있게 운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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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숀 네스빗 플로리다주택연합회장이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
네스빗 회장은 최근 주거부담이 커지고 있는 서울시에도 ‘시(市) 기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근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한 서울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주택구입부담지수(K-HAI)가 155.7%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소득 적정부담액(25.7%)의 155.7%를 주거비로 사용한다는 뜻으로, 시민들이 소득의 40%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도 해외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내년 1월 도입을 목표로 ‘서울주택도시진흥기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미리내집·청년안심주택·월세지원 등 서울시의 주거지원 프로그램은 시 예산으로 운영 중이다. 새 기금은 민간의 토지매입, 건설자금 융자·이자를 지원해 ‘서울형 부담가능주택(affordable housing)’을 확대하고 한해 2500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10년간 총 2만5000호)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그는 “시 기금을 통해 가계의 주거부담을 줄여주고, 부담가능주택을 개발하는 게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법”이라며 “가계의 소비 여력을 키워야 시민들이 소득을 지역 상품 및 서비스에 재투입할 수 있고, 그래야 지역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네스빗 회장은 기금 운용 시 ‘유연성(flexibility)’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로리다의 주택신탁기금의 대부분은 주택 구매 지원에만 써야 하고, 임대주택 지원에는 제한적이라 시장 상황이 달라져도 면밀한 대응이 어렵다”면서 “시 기금을 활용할 때 융통성을 부여해야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