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캄보디아 피해 총력전…국수본부장 현지 급파·종합대응TF 구성 [세상&]

‘캄보디아 구금’ 한국인 63명 전원 송환 추진
코리안데스크 설치·경찰 협력관 추가파견 논의


14일(현지시간) 오후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에 있는 범죄 단지로 추정되는 건물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이영기 기자]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납치·감금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이 총력 대응에 나섰다. 경찰청은 즉각 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현지에서 한국인을 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들에 대한 첩보 수집에 나섰다. 또 국가수사본부장을 정부 합동 대응팀 일원으로 현지에 파견해 캄보디아 당국과 협의하고 구금돼 있는 우리 국민 전원의 조속한 송환을 추진한다.

경찰, ‘자국민 송환’ 대만·일본 사례 재연하나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15일 오후 캄보디아로 출국해 현지 당국과 ▷구금 상태인 자국민의 신속한 국내 송환 ▷캄보디아에 파견된 경찰 주재관·협력관 확대 등을 협의한다. 캄보디아에 구금된 자국민 63명 중에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완료자부터 송환을 추진할 방침이며 한 달 안에 전원 송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경찰은 밝혔다.

박 본부장은 출국을 앞둔 이날 오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현지에 구금된 우리 국민들의 조기 송환을 협의하고 송환 이후에는 우리 경찰 수사를 통해 국내에 있는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추가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부분을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 당국과 우리 경찰 협력관의 추가파견 문제와 스캠단지 범죄에 대해 어떻게 공동 대응할 것인지 깊이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캄보디아 파견 일정을 마치고 오는 18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17일로 예정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이번 조치로 과거 캄보디아에서 자국민이 감금돼 범죄에 동원됐던 대만과 일본처럼 대규모 송환 작전을 재연할 전망이다. 앞서 대만은 지난 2022년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 피해를 본 자국민을 구출한 바 있다. 당시 대만 정부는 취업 등을 이유로 캄보디아에 갔다 사기를 당한 자국민을 370여명으로 추산했다. 이때도 이번 한국인 피해 사례와 마찬가지로 고액 취업을 미끼로 한 인신매매 피해였다.

당시 대만인 피해자들은 중국어를 미끼로 취업 사기를 벌인 국제 인신매매 조직에 속아 캄보디아와 태국, 미얀마 등에 억류됐다. 특히 피해자들은 컴퓨터만 다룰 줄 알면 최소 2500달러 이상의 급여를 보장한다는 범죄조직의 허위 광고에 속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만 정부는 같은 해 8월 중순부터 민간합동TF를 꾸려 이들에 대한 구출 작전에 나섰다. 대만 형사국은 같은 달 캄보디아 현지에 억류된 대만인 72명을 구조했으며 총 25건의 인신매매 사건을 적발하고 75명을 체포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도 최근 자국민 구출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가담해 전화 사기를 벌인 일본인 29명을 송환하기 위해 수사관 80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일본은 앞선 2022년에도 주캄보디아일본대사관에서 취업을 미끼로 한 불법행위와 강제노동 감금 사건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현재 재외공관에 파견된 경찰 인력(주재관 1명·협력관 2명)에 더해 추가로 협력관 2명을 추가 파견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20일에는 국제경찰청장회의를 통해 한국-캄보디아 양자 회담을 열고 캄보디아 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수사기획조정관을 단장으로 하는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종합대응단’을 즉시 구성해 운영한다. 대응단은 국가수사본부와 국제협력 기능을 총망라한 TF 조직으로 캄보디아 관련 온라인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국내 조폭의 연루 여부를 면밀히 파악할 방침이다. 또 전국 범죄 첩보팀을 활용해 캄보디아 거점 조직 관련 납치·유인 등 첩보를 최우선으로 수집할 계획이다. 확보된 수사단서는 전국 단위 분석을 거쳐 시·도청 전담수사팀에 배당해 즉시 수사에 착수한다.

경찰은 캄보디아에서 발생하는 한국인 대상 범죄에 대한 전수조사도 돌입했다. 외교부에 신고된 사건과 경찰에 접수된 사건 전체를 비교·분석해 외교부에만 신고하고 경찰에는 접수하지 않은 사건(올해 8월 기준 255건)을 모두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접수 사건과 외교부 신고 사건을 일 단위로 교차분석해 위험에 처한 재외국민이 경찰의 보호망에서 빠지는 사례도 방지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자국민이 범죄에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고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사례를 예방하려 인천공항 출국 게이트까지 경찰관을 전진 배치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캄보디아의 범죄 실태를 안내하고 경각심을 심어줘 현지 출국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캄보디아 사망 대학생 사건 수사도 속도


경찰은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해 숨진 20대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 사건과 관련해서도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선 현지 범죄조직과 연계된 국내 조직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현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대포통장 모집책 20대 홍모 씨의 윗선을 추적 중이다. 홍씨는 사망한 박씨의 대학 선배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그가 속한 조직은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며 수사망을 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통신 기록·계좌 거래 내용 등을 통해 이들 조직의 국내외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 7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8월 초 캄보디아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경찰은 그의 사인을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추정했다. 경찰청은 이르면 20일 박씨에 대한 공동 부검을 위해 경북경찰청 수사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현지에 파견할 예정이다.

한편 박씨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현지 대사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진상규명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경찰청은 이달 13일 정례 간담회에서 박씨의 친형이 지난 7월 26일 최초로 경찰(경북경찰청 예천경찰서)에 신고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동생이 외국에서 감금된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곧바로 외교부에 관련 사항을 통보하는 등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고 당시 박씨의 소재가 특정되지 않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의 친형은 경찰에 신고하기 전날(25일) 저녁에도 현지에 있는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에 동생의 납치·감금이 의심된다는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대사관 당직자는 “신고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취지로 추가 정보를 더 확보해 현지 경찰에 신고하라고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영사조력법상 규정된 재외국민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현지 대사관이 취했는지도 규명 대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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