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깎는 자구노력 요구받은 석화업계…매각예정자산 급증

롯데캠·LG화학, 매각예정자산 수천억원 규모
시황 악화에 비핵심 사업·자산 정리 서둘러
흑자 이어가는 금호석화는 매각예정자산 ‘0’


국내 주요 석유화학 공장이 밀집된 여수 산업단지 전경. [여수시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 재편을 지원하는 대신 자구노력 선행을 명확히 요구한 가운데, 주요 석화사들이 올들어 잇따라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연말까지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감축 및 통합 재편안을 마련하는 한편, 비핵심 자산 정리를 통한 재무 안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매각예정비유동자산은 약 2070억66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39억여원에서 50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는 지난 2월 이사회에서 매각을 결정한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LCPL) 지분 75.01% 전량이 포함된 금액이다. LCPL 지분은 이달 들어 매각이 완료됐고, 롯데케미칼은 매각대금과 지난해 6월 수취 완료한 3개년 배당금을 포함해 총 1276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비핵심 자산 매각을 꾸준히 이어왔다. 파키스탄 법인 지분 외에도 지난 7월 수처리 분리막(멤브레인) 생산공장을 시노펙스멤브레인에 양도했으며 일본 화학소재기업 레조낙 지분 4.9%도 매각한 바 있다.

석화업계 매각예정자산


LG화학 역시 대규모 사업 매각 영향 등으로 매각예정자산이 급증했다. 3분기 말 기준 매각예정자산은 약 3991억2400만원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말(7400만원)과 비교하면 500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앞서 지난해 편광판 및 소재 사업을 매각한 LG화학은 올해 6월 워터솔루션 사업(수처리사업), 8월 에스테틱 사업 및 중국 LG건생과기 지분 매각을 잇달아 결정했다. 수처리사업의 경우 LG화학이 2014년 미국 업체를 인수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2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불황으로 사업 정리를 결정했다. 자회사인 LG건생과기를 통해 중국에서 영위하던 에스테틱 사업도 성장이 기대됐지만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의 3분기 말 기준 매각524억5100만원의 매각예정자산을 공시했다. 전분기(504억9500만원)와 유사한 수준이나 고압탱크 사업부 매각예정자산 중 일부, 큐셀 유럽 사업부 매각 예정자산의 매각이 완료됐다고 명시했다. 한화솔루션은 유럽 태양광 시장의 성상세가 예상보다 느리자 큐셀에 투자했던 자산들을 정리 중이다. 또한 수소차용 고압 탱크를 만드는 세종 사업장을 팔기로 하고 지난해 말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으며, 고압 탱크 사업부 매각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자산 매각이 불가피해진 배경도 사업보고서 곳곳에서 드러난다. LG화학은 기초화학 사업 주요 제품과 관련해 미국의 무역·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돼 수출시장 전반에 부담이 갔고, 아시아 지역 공급 과잉과 설비 가동률 조정으로 시장 심리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국내외 시장 여건에 대해 대외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석유화학 산업 투자 확대, 유럽,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및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솔루션도 주요 제품과 관련해 중국의 신증설이 이어지며 공급 과잉에 따른 하방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석유화학 전반의 마진 약화, 수요 둔화가 우려되며 시황 불확실성이 높다고 짚었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현재 매각예정자산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호석유화학이 마지막으로 규모 있는 자산을 매각한 사례는 2020년 2월 반도체용 감광액(포토레지스트) 사업부 건이다. 당시 금호석유화학이 SK머티리얼즈에 전자소재사업부문을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400억원에 넘겼다. 이후 회사는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추가적인 매각 건을 발표한 적이 없으며, 최근 사업보고서에서도 ‘매각예정자산’ 항목은 기재되지 않았다. 이는 현재 적자를 내는 비핵심 사업이 없으며 수익구조가 안정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호석유화학은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대신 합성고무 등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기초유분을 다루는 대부분 석화 대기업과 달리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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