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중국’ 자율주행 기술의 향연…라스베이거스에 펼쳐진 ‘모빌리티의 미래’ [CES 2026]

로봇·전장·자율주행이 그린 산업 재편 지도
중국, 가성비 대신 기술력으로 승부수
지커·GWM, 프리미엄 모델 내세워
HL만도 등 전장 업체들 신기술도 눈길

 

중국 완성차 기업 장성자동차(GWM) 부스에 전시된 ‘탱크 500’ 라스베이거스=정경수 기자

[헤럴드경제(라스베이거스)=정경수 기자] “올해 CES에서 선보인 6인승 전기 미니밴 모델 ‘009’는 현재 중국에서만 판매되고 있으며 소비자가는 약 90만 위안(약 1억9000만원)입니다. 저희가 겨냥한 타깃은 비즈니스 고객으로, 가격 경쟁이 아닌 프리미엄 기술과 공간 경험으로 승부하는 모델입니다.”

8일(현지시간) CES 2026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서 만난 팡 이샤오 지리자동차그룹 매니저는 전시차를 가리키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기술력과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리그룹은 이번 CES에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를 앞세워 3년 연속 참가했다. 현대차그룹 부스 맞은편에 자리한 지리 부스는 규모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관람객의 체류 시간과 관심도는 결코 뒤지지 않았다. 지리는 지커를 중심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연착륙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 지리자동차그룹 부스에 전시된 지커의 대형 전기 다목적차량(MPV) ‘009’. [라스베이거스=정경수 기자]

부스에는 지커의 플래그십 모델인 ‘9X’, 대형 전기 다목적차량(MPV) ‘009’, 프리미엄 SUV ‘M9’을 전시됐다. 특히 ‘009’ 모델은 큰 차폭과 전폭을 자랑하며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차량 내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형 디스플레이 중심의 실내 구성이다. 단순한 정보 표시를 넘어, 차량 경험의 중심을 스크린으로 이동시키려는 중국식 UX 전략이 그대로 반영됐다.

또 다른 중국 완성차 기업 장성자동차(GWM)는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된 ‘탱크 500’을 부스의 중심에 배치했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반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특히 고속도로 및 도심 주행 환경을 모두 고려한 통합형 자율주행 설루션을 중심으로 설명이 이어졌다.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 지리자동차그룹 부스에서 지커의 대형 전기 다목적차량(MPV) ‘009’의 실내 모습. 라스베이거스=정경수 기자

중국 모빌리티 기업들은 더 이상 ‘가성비’를 내세우지 않았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키워드는 기술,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 그리고 글로벌 시장이었다. 각 브랜드마다 이미 내수 시장을 넘어, 미국·유럽·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무대에서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정면 승부를 할 준비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미국의 스타트업 텐서 부스에 전시된 자율주행차. 라스베이거스=정경수 기자

레벨4 완전 자율주행차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의 스타트업 텐서 부스에서는 접이식 스티어링 휠(운전대)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동 운전 모드에서는 일반 차량과 동일하게 작동하다가,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되면 운전대가 접히며 실내 공간을 넓히는 구조다. 자율주행 단계가 높아질수록 운전대의 존재 자체가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설계다.

텐서 관계자는 “레벨4 자율주행에서는 단순히 차를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이 언제 개입하고 언제 물러나는지를 물리적으로 명확히 보여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접이식 스티어링 휠은 자율주행 상태를 직관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상징적인 인터페이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말부터 양산을 시작해 미국, 두바이 등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 관람객들이 아마존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죽스(Zoox)를 탑승해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정경수 기자

아마존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죽스 부스에는 전시된 차량에 타보기 위해 대기 줄이 늘어섰다. 죽스는 화려한 콘셉트 대신 실도로에서 축적한 주행 데이터를 강조했다. 서비스 확장 로드맵, 안전성 검증 과정, 운영 효율 등 모두 ‘이미 달리고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구글 웨이모 부스에는 친숙한 현대차 아이오닉 5가 전시관 한가운데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웨이모는 지난 2024년 현대차와 파트너십을 맺고, 올해 말부터 북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이오닉 5 자율주행차를 실제 서비스에 투입할 계획이다.

구글 웨이모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HMGMA에서 현대차가 생산한 아이오닉 5 자율주행차를 메인으로 전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정경수 기자

전장 업체들의 진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HL그룹 통합 부스에서 사람 크기 모양의 하얀 로봇이 가장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로봇은 팔을 위아래로 자연스럽게 내젓는 동작을 반복했다. 핵심 기술은 HL만도의 휴머노이드 로봇 관절 ‘액추에이터’다.

팔다리와 몸통, 손가락까지 로봇의 모든 움직임을 책임지는 핵심 부품으로, 모터·감속기·센서·제어기를 하나로 통합한 시스템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성하는 요소 기술 가운데에서도 기술 난도가 가장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CES 202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 HL만도의 휴머노이드 로봇 관절 ‘액추에이터’가 전시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정경수 기자

HL만도의 액추에이터는 이미 2021년부터 양산을 시작해 북미와 한국 고객사에 공급 중인 상용 제품이다. 민경현 HL만도 책임연구원은 “액추에이터는 기존 전장 사업과 기술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 만도가 가진 강점이 그대로 적용된다”며 “로봇 사업 가운데에서도 중점적으로 키워나갈 핵심 분야”라고 설명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준석 의원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 참석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정경수 기자

LVCC 외부에 큰 전시장을 꾸린 독일 전장기업 아우모비오는 차세대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강점으로 선보였다. 버튼 한 번으로 원래 경로를 따라 자동 복귀하는 후진 보조 기술 ‘트레일러 백트랙’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실제 고객 불편을 겨냥한 ‘즉시 체감’ 기술이 전시의 중심을 이뤄 현장에선 신기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LVCC에서 모빌리티 부스들을 둘러보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준석 의원은 “전장 사업을 하고 있는 유수 기업들이 눈에 띈다”며 “한국 모빌리티 기업들도 많은데 국내 규제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CES에서 많이 들었다. 한국 돌아가서 그 부분을 중심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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