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미 대통령-연준의장 정면충돌…법무부의 자충수 되나
경제학자 13인 성명 “경제에 매우 부정적”
옐런 “극도로 소름 끼쳐”
여당인 공화 일부 의원들 수사에 이견 표명
재무장관도 “엉망됐다” 언급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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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연방 본부 개조와 관련된 형사 기소로 자신을 위협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의 전직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비롯한 명망 있는 경제학자들이 연방 법무부가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형사기소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일제히 경고했다.
이들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연준의 독립성과 그 독립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의회가 연준의 목표로 설정한 안정된 물가, 최대 고용, 적정한 장기 금리의 달성을 포함한 경제 성과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수사를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격으로 규정하고서 “이건 제도가 취약한 신흥시장에서나 통화정책을 입안하는 방식이며 인플레이션과 더 넓게는 경제 기능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수반한다”면서 “법치주의가 우리 경제 성공의 토대이자 가장 강력한 힘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명에는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과 재러드 번스틴, 제이슨 퍼먼, 글렌 허버드, 그레고리 맨큐, 크리스티나 로머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티머시 가이트너, 제이컵 루, 헨리 폴슨, 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 장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국제경제학 교수 등 1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등 역대 공화당과 민주당 정권에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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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닛 옐런 미국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024년 11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지역사회 개발 금융 기관 기금(CDFI) 축하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성명에 동참한 옐런 전 의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극도로 소름 끼친다”며 “시장은 이 사안을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월 전 의장이 의회 청문회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파월 의장을 잘 알고 있는데, 그가 위증했을 가능성은 ‘제로’(0)”라며 “나는 그들이 파월의 자리를 원하고 파월을 내쫓고 싶어서 공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옐런 전 의장은 현 파월 의장의 전임자다. 지난 2014∼2018년 연준 의장을 역임하고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다.
옐런 전 의장은 지난 4일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 중앙은행이 정부의 재정 조달을 돕기 위해 금리를 낮추게 되는 ‘재정우위(fiscal dominance)’ 상황이 우려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전날 공개한 영상에서 “연준 청사 개보수에 대한 지난해 6월 나의 의회 증언과 관련해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지난 9일 받았다”며 “이 전례 없는 행위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박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금리를 내리는데 너무 느리다고 여러 차례 질타하며 해임도 불사하겠다고 압박해왔다. 지난해 여름에는 연준 청사 개보수 현장을 직접 찾아 파월 의장과 공사 비용 문제를 두고 현장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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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튠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주간 정책 점심 식사 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로이터] |
이번 수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의 존 튠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에서 기자들에게 자기가 아직 파월 의장에 대한 혐의를 보지 못했다면서도 “이게 신속하게 해결되고, 연준이나 연준 활동에 대한 정치적 개입처럼 비치지 않도록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특히 연준 이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을 담당하는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이 이번 수사를 비판한 데 주목했다.
공화당 내 ‘소신파’로 분류되는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은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이번 수사를 “강압 시도”라고 비판했으며, 평소 파월 의장을 비판해온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노스다코타)조차 파월 의장이 범죄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수사가 신속하게 종료돼 연준이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준 지명자에 대한 어떤 인준도 반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두 명이 더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다만 하원 공화당을 이끄는 마이크 존슨 하원 원내대표는 수사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겠다고만 말하는 등 공화당 내 반대 움직임이 아직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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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바라보는 모습. [로이터] |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이번 수사가 경제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의장 수사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며 금융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은 또 이번 수사로 인해 파월 의장이 오는 5월 의장 임기가 끝난 뒤에 이사직을 바로 사임하지 않고 임기인 2028년 초까지 유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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