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낮으면 외박 못 나가” 사관학교 관행은 인권 침해…‘준군인 대학생’ 관습에 제동 [세상&]

인권위 “외출·외박 통제 수단 아냐”
사관학교 생도 교육 관행 개선 권고


지난해 11월 사관후보생들이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뒤 모자를 공중에 던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사관학교 생도들의 외출·외박이 성적과 체력에 따라 제한되고 폭언 지도 관행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사관학교 생활관 출입문에 설치된 ‘쪽창’은 사관생도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판단도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해군·공군·국군간호사관학교장에게 방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외출·외박 제도 운용 등 관련 규정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사관학교 생도를 대상으로 한 첫 전수조사 성격의 인권 조사다.

인권위는 사관생도가 군인에 준하는 신분과 대학생 신분을 동시에 지닌 특수한 위치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졸업 이후 장기복무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생도 시절 형성된 위계와 생활 문화가 이후 군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인권 침해 상황을 겪어도 문제 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 과정에서도 신원 노출을 우려해 진정을 취하하거나 응답을 거부한 사례가 확인됐다.

조사 결과 해군·공군·국군간호사관학교 모두에서 학업 성적·영어 점수·체력 검정 미달 등을 이유로 외출·외박을 제한하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상급생의 벌점이나 평가가 하급생의 외출이나 외박을 제한하는 근거가 되는 구조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해군·공군사관학교의 체력 검정 기준이 실제 장교 임관 기준보다 높고 성적이나 체력 미달로 임관이 제한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외출·외박 제한이 생도의 생활 통제 수단처럼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생도 간 지도 과정에서는 육체적 가혹행위는 상당 부분 사라졌지만 ▷폭언과 욕설 ▷허가되지 않은 집합 ▷동일 사안에 대한 반복 질책 등 인권 침해적 관행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톡 메시지나 구두 지적을 통해 취침 이후까지 지도가 이어지는 사례도 확인됐다.

공군사관학교의 경우 생활관 출입문에 설치된 투명한 쪽창과 생도 부재중 방 안을 점검하는 ‘방 터뜨리기’ 관행이 문제시됐다. 해군사관학교에서는 가입교 기간 중 통제된 간식 제공 문화와 함께 체력·성적을 이유로 한 외출·외박 제한과 반복 질책 문제가 지적됐다.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는 금요일 외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포상 개념으로만 허용하는 운영 방식과 공식 규정이 아닌 불문율인 ‘세칙’에 따른 공개적 질책 관행이 개선 필요 사항으로 제시됐다.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세 사관학교장에게 외출·외박 제도를 성적과 연계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더불어 생도 상호 간 폭언·욕설 등에 의한 인권 침해와 차별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인권 교육을 연간 필수 교육과정에 포함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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