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가구도 적다” 국토부, 용산에 1만가구 공급 강행 [H-EXCLUSIVE]

정부, 용산국제업무지구 착공안 추진
학교 용지 이전·용적률 상향해 물량 확대
서울 집값 상승세…도심 공급 카드 재가동
공급대책에 노후 공공청사 개발 포함할 듯


집값 안정화를 위해 주택공급 계획을 다듬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가구를 공급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절충안인 8000가구보다 많다. 국토부는 이 업무지구에 있는 학교용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 주택 수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28일 오전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모습. 이상섭 기자



정부가 서울 내 마지막 대규모 개발 용지로 꼽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가구 공급을 추진한다. 앞서 서울시가 교통 등 인프라 부하 등을 이유로 6000가구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정부는 공급 확대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학교 용지 이전해 주택 공급 확대=28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주택공급추진본부는 지난 26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서울특별시중부교육지원청과 함께 회의를 열고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공급을 위한 학교 용지 이전 의견을 전달하고 협의에 착수했다. 용적률도 상향해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현재 공공주택사업을 시행하려면 학교용지를 따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감과 협의하면 용지확보 대신 인근 학교 증축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정근식 서울시 교육청 교육감과 협의해 공공주택단지에 필요한 학교용지를 용산구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학교 이전지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다만 용산구 내 학교 용지를 확보해 중부교육청에 전달했고 (교육청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성격에 따라 학교 용지 이전이 결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혼부부 및 4인 가구에 적합한 주택 위주로 공급될 시 학교는 공공주택사업지 내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이 공급될 경우엔 학교용지 이전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국제업무지구 주변 남정초등학교 증축이 논의된 적도 있지만, 1만 가구 이상 공급시에 학교가 더 많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 “이전 논의는 주택 성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규모 둘러싸고 서울시와 오랜 갈등=용산국제업무지구 1만 가구공급안은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주거시장 안정을 추진할 때마다 서울시와 갈등을 빚던 사안이었다. 용산구 한강로 3가 40-1일대 45만 6099㎡ 부지에 달하는 이 곳은 서울 도심에서 보기 드문 전략적 개발지로, 축구장 70개에 달하는 대규모 택지다. 정부로선 주택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기에 최적화된 입지로 평가된다.

실제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8·4공급대책 발표시에도,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적률을 높여 1만 가구 공급안을 추진한 바 있다. 이후 서울시가 이에 제동을 걸면서 2022년 다시 6000가구 공급으로 합의했는데, 공교롭게도 원점으로 이를 되돌리는 셈이다.

현재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코레일은 6000가구 공급을 전제로 도시계획을 짜고 있다.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가 이 일대 1만 가구 공급안을 추진하자, 지난해 말 당초 서울시 안보다 공급을 늘린 8000가구로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미래를 위한 공간에 급하다고 해서 아파트를 필요 이상으로 집어넣으면 나중에 주택가격이 안정됐을 때 후회할 수 있다”며 “과도하게 많은 주택을 공급할 경우 계획 전체를 다시 수립해야 하는데 오히려 빠른 공급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아 지금 감당 가능한 8000가구를 넣는 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주택 공급 물량을 1만 가구로 늘릴 시, 기반시설 변경 등을 진행해야 해 최소 2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본다. 앞서 8·4대책 후 6000가구로 협의 하면서, 2023년에는 청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벌써 3년이나 미뤄졌고 더 늦춰지면 안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용산 1만 가구 공급안 추진에 힘을 싣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실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곧 밝히겠다”고 하면서, 서울 도심을 비롯한 수도권 선호 입지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 밝혔기 때문이다.

▶수도권 5만 공급 추진…물량으로 집값 잡겠다=정부가 이처럼 물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서울 집값이 50주 연속 오르는 등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2162만원으로, 한달 전 15억810만원에서 0.9% 상승했다.

정부와 여당 안팎에선 추가 공급대책에 용산구 용산우체국, 송파구 방이동 복합청사, 중랑구 면목행정복합타운 등 노후 공공청사 땅을 30곳 이상 발굴해 공급하는 안이 담길 것으로 본다. 정부는 지난해 9·7 공급대책에서 노후 공공청사나 유휴부지를 고밀 개발해 2030년까지 2만8000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구체적인 후보지가 담기는 것이다.

한편 이번 대책에는 착공 시점을 앞당길 노후 공공청사나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공 공급 위주로 발표할 전망이다. 서울시와 시장에서 요구하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 주택 공급에 핵심인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이주비 대출 규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풀어 사업 속도를 높일 것을 제안했지만, 당장 이를 풀어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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