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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 공군기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중국을 겨냥한 핵심 기술 안보 규제를 대거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전쟁 ‘휴전’ 기조를 유지하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국영 통신기업 차이나텔레콤의 미국 내 사업 금지, 미국 데이터센터용 중국산 장비 판매 제한 등 주요 기술 안보 조치를 최근 보류했다. 중국계 기업 TP-Link 제품의 미국 내 판매 금지와 차이나유니콤·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인터넷 사업 제한, 중국산 전기 트럭·버스의 미국 판매 금지 조치도 중단된 상태다.
이번 결정은 그간 공개된 적이 없던 사안으로, 로이터는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베이징을 자극할 수 있는 조치를 억제하려는 최근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해설했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을 계기로 추가 관세와 무역 보복 조치 일부를 유예했다.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와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확대 등 일련의 조치가 미뤄지며 확전이 자제됐다. 중국은 이후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 구매를 재개하며 합의 이행 의지를 보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에 보류된 기술 규제는 애초 중국이 민감한 미국 데이터를 악용하거나 통신·인터넷 시스템에 침투해 핵심 인프라를 위협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무역 긴장 완화가 우선순위로 부상하면서, 행정부 내부에서는 외국 기술 위협 감시의 초점을 이란과 러시아로 돌리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는 전언도 나왔다.
다만 안보 우려는 여전히 제기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부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매슈 포틴저는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시점에 오히려 통신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전기차 등 미국 경제의 핵심 영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를 비판했다.
민주당도 반발하고 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중국에 강경하다고 말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미국 전역의 핵심 인프라와 산업에 기술을 확산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며 “시 주석을 달래기 위해 국가 안보와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행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일시 중단’에 가깝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는 “4월 정상회담 이후 미·중 관계가 다시 악화할 경우, 보류된 기술 제재가 재가동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미·중 무역 휴전 연장 전망과도 맞물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4월 초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무역전쟁 휴전을 최대 1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중국의 구매 약속을 포함한 단기적 경제 성과가 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시적 외교·통상 성과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술 통제 보류와 무역 휴전 연장은 단기적 긴장 완화에 방점이 찍힌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만 문제와 기술 안보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어, ‘관리된 안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