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전력 공급용 송전탑 2만개 필요”

홍종호 서울대 교수 “올바른 참모 필요”…순천 RE100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 포럼

에너지·전기 전문가인 나주 동신대학교 이순형 교수가 19일 발표를 하고 있다. /박대성 기자.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를 도모하고 있는 순천시가 19일 문화건강센터에서 ‘탄소중립 균형성장을 위한 RE100 반도체 국가산단과 기업 유치 시민 포럼’을 열고 전남 동부권 RE100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 비전을 공유했다.

순천시는 광활한 RE100 산단 부지와 풍부한 재생에너지, 영광(한빛) 원전, 여수석유화학산단 원료단지, 광양제철소, 주암댐(용수), 여수공항,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배후 신도시 등의 장점을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다량 생산지인 전남 동부권에 반도체팹을 짓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는 시민, 전문가,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여했으며, 전문가 주제 발표와 토론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산업의 문제점과 한계를 점검하고 순천을 중심으로 한 전남 동부권 RE100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 필요성을 논의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현재 수도권의 전력 소비는 우리나라 전체의 45%에 달한다”며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전력 공급망 구축과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은 공장지대가 많아 원자력발전소(원전) 등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자급자족하고 있지만, 호남은 남는 전력을 수도권에 보내고 있는데 이를 보내기 위한 송전망이 너무 많이 필요한 상태로 전기 생산지에서 공장을 짓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주제 발표의 요지이다.

RE100 반도체 국가산단과 기업 유치 시민 포럼이 19일 순천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순천시]


이어지는 토론 세션에서는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홍 교수는 “호남에서 생산된 전력을 용인 반도체 산단(삼성,SK)에 올려보내기 위해서는 송전탑 2만 개를 만들어야 해 호남, 충청을 거쳐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에게 올바른 의견을 전달할 참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는 용인 반도체 송전선 구축에 따른 수도권과 지방이 겪는 차별과 문제점을 다뤘다.

그는 “SK 반도체 산단은 문재인 정부에서 허가했고, 삼성 반도체는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허가가 났는데 윤 정부는 계엄 내란 와중에 2024년 12월 26일에 용인 반도체 산단을 승인했는데 전력이나 용수 대책도 없이 ‘선 발표, 후 대책’이라는 황당한 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하 변호사는 이어서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것이 아니라 전기 생산지에 공장을 지어야 하며,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실효성 있는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삼성 반도체공장이 들어설 용인 국가산단부지는 착공도 안 한 상태이기 때문에 토지 매입단계라면 다른 용도로 쓰면 되고, 지금이라도 백지화하고 지방 이전을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정수 선임기자(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는 최근까지 이어온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관한 각종 분쟁을 조명하며 냉정하게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에너지 문제가 그동안 지나치게 이념 논쟁으로 비화된 측면이 있어 이 문제만큼은 이념보다는 실리가 중요하다”며 “반도체 기업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최근 호남권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선로 계획과 관련해 반대 집회 확산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며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 지산지소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광훈 박사(에너지전환포럼)는 현재 수도권이 갖는 전력 문제를 언급하며 지난 2003년 정전 사태를 겪은 스웨덴 사례를 통해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인구와 산단이 몰린 스웨덴 남부에 무효전력 발생원의 절대 부족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는데 낮은 전력 자급률이 근본 원인으로 우리나라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석 박사는 “산업 전력 수요를 분산하는 것을 국가 개조 과제로 승격해야 한다”며 “일부에서 지방으로 인재가 내려가지 않는 속칭 ‘남방 한계선’을 운운하지만 남부지방에 내려가 있는 대기업들이 잘 운영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 인력은 일정 훈련만 받으면 투입될 수 있는 고졸·전문대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순형 교수(동신대학교 전기공학과)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전력, 용수(주암댐, 곡성·구례 양수발전소), 항만물류 입지, 여수·광양산단 인프라 등 모든 것을 갖춘 곳이 순천·광양 국가산단 예정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2시간 내내 토론회를 지켜 본 노관규 시장은 “현재 발발중인 중동 전쟁에서 이란 정유시설이 집중 폭격되는 것을 보듯, 만약 우리도 유사시에 용인에만 몰려 있는 반도체 공장이 문제가 없을지 깊이 고민할 시점”이라며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경기지사 시절 반도체공장을 유치했지만 지금은 후회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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