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교섭 지형 본격 변화 국면
65건 대기, 민간 회사 적용 가능성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 24일 만에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첫 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오면서 원·하청 교섭 지형이 본격적인 변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공공기관에서 시작된 이번 판단은 문서화된 지휘·관리 구조가 뚜렷한 민간 대기업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원청 사용자성 해당 여부를 묻는 질의 65건이 대기 중이어서 추가 판정이 잇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3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전날 공공연대노동조합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4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라고 결정했다.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첫 판정 사례다.
충남지노위는 “조사 및 심문 결과 공공기관이 하청 근로자의 안전 관리와 인력 배치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사용자 지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원청이 단순 발주자를 넘어 하청 노동조건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경우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음을 공식화한 판단이다.
파장은 민간 대기업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제조업·조선·반도체·물류처럼 원청이 하청 인력 운영, 작업 순서, 안전 기준, 장비 사용 방식에 깊게 관여하는 산업일수록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첫 판정이 안전관리와 인력 배치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산업재해 리스크가 높은 업종이 우선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교섭 분쟁은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 국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 접수된 교섭 관련 조정 신청은 267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사용자성 판단 관련 질의도 65건 접수됐다. 상당수 질의가 첫 판정을 계기로 실제 시정신청이나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계는 교섭 비용 증가와 쟁의 리스크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될 경우 사업장 내 복수 노조와의 교섭이 반복되면서 교섭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행위가 가능해질 경우 사업 운영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 다툼도 이어질 전망이다. 원청이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복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과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노동위원회의 교섭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향후 노사 간 법정 공방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