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도 연안국 허가 받아야
침략국·지원국 항행금지 불가피
태국·말련 이어 필리핀 “통항 약속”
‘韓포함’ 40여국, 호르무즈 개방 논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을 감시하기 위한 새로운 규칙을 오만과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 선박에 대해서는 안전 통과를 허용하는 등 선별적 운용 방침도 시사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감시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토콜을 오만과 공동으로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평시에도 해협 통과를 원하는 선박은 연안국인 이란과 오만과의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는 통행 제한이 아니라 안전한 항행 보장과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현재는 전쟁 상태”라며 “앞으로도 전쟁 이전의 규칙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침략국과 이를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항행 제한이나 금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이란 내 주요 핵시설이 공격받은 것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며, 보호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가능성도 시사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부셰르, 아르다칸, 혼다브, 나탄즈 등 핵시설이 공격받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를 받는 시설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 IAEA 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는 핵시설 공격이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로 UN 안전보장이사회가 엄중히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란 내부에서 NPT 준수에 대한 회의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의회에는 탈퇴 제안이 제출된 상태”라며 “정당한 핵에너지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시설 안전도 보장하지 못하는 IAEA와 국제사회의 무능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은 이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의 통화 이후 “이란 측이 필리핀 선박과 에너지 자원, 선원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으며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라사로 장관은 “필리핀은 에너지 수요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의 이런 확약은 필리핀에 필수적인 석유와 비료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국도 자국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하도록 이란과 합의했다고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가 지난달 하순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자국 유조선 7척이 이란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통과 허가를 받았으며, 이란이 부과하는 통행료도 면제받기로 했다고 앤서니 로크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말 전했다.
앞서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받는다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란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중국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받는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계 40여개국은 이날 이란이 전쟁 상황에서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외교장관 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한국도 이번 회의에 참여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베트 쿠퍼 영국 외교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외교적·경제적 수단과 압력을 총동원하는 국제적 대응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쿠퍼 장관은 “해협에서 선박 공격이 25건 이상 발생했으며 약 2000척의 선박과 2만명에 달하는 선원이 발이 묶여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회의 후 발표한 의장 성명에서 “이란이 승리해서는 안 된다”며 “참여국들은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해협 재개방과 항행의 자유라는 기본 원칙 존중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유엔 등을 통한 대이란 국제 외교 압박 강화 ▷해협 폐쇄 지속 시 제재 등 경제·정치적 대응 검토 ▷국제해사기구(IMO)와 협력해 선박과 선원의 안전한 철수 지원 ▷해운업계와의 정보 공유를 통한 시장 신뢰 유지 등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정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