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봉쇄 vs 미국 역봉쇄’…호르무즈, 충돌이냐 협상 반전이냐

13일 밤 美 해상 봉쇄 개시…이란과 ‘이중 봉쇄’ 현실화

원유 20% 통로서 군사 긴장 최고조…교전 위험 고조

트럼프, 해협 통제권 확보 승부수…이란 “완전 통제” 맞대응

국제법상 ‘전쟁행위’ 성격…유가·글로벌 경제 변수 확대

미국과 이란이 지난 11일부터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21시간 동안 벌인 협상이 결렬되자, 미국은 13일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공언했다. 이란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면서 해상 봉쇄에 ‘강대강’ 태세로 맞서겠다 경고했다. 사진은 한 이란 여성이 테헤란 혁명 광장의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폐쇄된 상태’라고 적힌 거대한 광고판 앞을 지나가는 모습.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과 이란 간 ‘이중 봉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이 동시에 해협 통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군사 충돌과 협상 반전 사이 갈림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군은 13일 오후 11시(한국시간)를 기해 이란 항구를 출발지나 목적지로 하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2월28일 개전 이후 이란이 단계적으로 이어온 해협 봉쇄에 대응하는 성격이다.

미군은 이란 항구와 무관한 선박에 대해서는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란산 원유 수출을 담당하는 유조선과 이란에 물자·무기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제3국 선박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해상 봉쇄는 전시 또는 준전시 상황에서 적국의 해상 보급로를 차단하는 군사 조치로, 국제법적으로도 ‘전쟁행위’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국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해상 격리(쿼런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실상의 봉쇄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파키스탄에서 열린 첫 종전 협상이 결렬된 이후 나온 것으로, 협상 교착 국면에서 이란의 자금줄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통제하면서도 자국 원유 수출 선박은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전략적 이점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이를 차단함으로써 해협 봉쇄를 이란만의 카드가 아닌 ‘상호 압박 수단’으로 전환하고, 향후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해협 통제권 자체를 장악해 전쟁의 ‘결정타’를 노리는 전략도 엿보인다.

이에 대해 이란은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은 12일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선박 통행은 이란 군 당국의 완전한 통제 하에 있다”며 “적들이 오판할 경우 해협은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로써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과 미국이 동시에 통제권을 주장하는 ‘이중 봉쇄’ 상황이 현실화됐다. 양측 군함이 해협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양국 모두 충돌이 가져올 비용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 속에서도 타협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상실할 경우 협상 지렛대를 잃게 되고, 미국 역시 유가 급등과 전쟁 장기화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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