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 재경부 출신 내정설…김정관·김용범, ‘친정’ 챙기나 이목
![]() |
|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지난 2월 9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경제단체 긴급현안 점검회의에서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세종 관가에서 박일준 전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의 퇴장을 둘러싼 이야기가 회자하고 있다. 또한 산업통상부 차관 출신인 박 전 부회장의 후임으로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아닌 재정경제부(옛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처음으로 내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선임 절차 전부터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관가에 따르면 박 전 부회장은 대한상의가 영국 컨설팅사 ‘헨리 앤드 파트너스’ 통계를 인용해 “고액 자산가 2400명이 한국을 떠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지난달 사퇴했다.
해당 보고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출처가 불분명한 가짜뉴스”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논란이 커졌고,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가 이례적으로 고강도 감사에 착수했다. 이후 대한상의는 지난 20일 박 전 부회장을 포함한 핵심 임원 4명을 해임 및 의원면직 처리했다.
다만 관가 내부에서는 박 전 부회장의 퇴임을 두고 아쉬움을 표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그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주회의 준비를 총괄하면서 개인 건강 문제를 뒤로 미루며 헌신했던 미담이 알려지면서다.
박 전 부회장은 APEC 경주회의 개최를 몇 개월 앞두고 한 건강검진에서 뇌하수체 종양이 발견돼 10월 초 의사가 수술을 권유했음에도, 수술 시점을 행사가 끝난 11월 중하순으로 미뤘다고 한다. 당시 박 전 부회장은 본인의 병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박 전 부회장은 대미 관세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 삼자, 본인의 관용차를 미국산 자동차로 바꾸면서 민간 차원에서 통상 관계 개선을 지원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이번 사퇴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재계의 역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종관가의 한 관계자는 “대한상의의 보고서가 잘못된 통계를 인용했다고 감사를 통해 주요 임원들을 사퇴시키면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내야 할 재계 대변인들이 일제히 침묵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재계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정부의 입장만 대변하는 역할만 하라는 의미냐”고 지적했다.
박 전 부회장의 후임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한상의 상근 부회장은 산업부 1급 또는 차관급 출신이 맡아온 ‘관례적 자리’로 여겨졌지만, 이번에는 재경부 출신 인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가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이른바 ‘옛 기재부 라인’의 영향력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세종관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한상의 상근 부회장은 산업부에서는 상징성이 있는 자리로 재경부 출신 관료가 처음으로 갈 경우, 관가에서는 옛 기재부 출신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볼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