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연장 명분 된 ‘이란 내분’…전문가들은 “지도부 오히려 뭉쳤다” [디브리핑]

트럼프 “이란 지도부 분열” 내세워 휴전 연장

전문가들 “트럼프의 이란 내분 판단은 오판”

이란, 호르무즈 역봉쇄 해제·핵농축 권리 등 전략적 일관성 유지

“수십년 이어진 권력 분산 구조서 벗어나 ‘강경파’ 중심으로 집중”

지난해 1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군사 훈련 중 이란 바시즈 민병대원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지도부의 모습이 담긴 피켓들을 들고 열병식 행진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연장을 결정한 배경으로 이란의 내부적 분열을 거론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란 지도부의 결속력이 오히려 더 강화됐다고 22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란 사안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지도부가 분열됐다고 본 것을 오판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조지타운대 카타르 캠퍼스의 메흐라트 캄라바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지도부를 분열된 상태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판”이라며 “전쟁 수행과 협상 과정에서 지도부의 결속력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예상대로 이란 정부가 심각한 분열 상태에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의 요청을 받았다”며 “이란 지도부가 통일된 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유보해달라는 요청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내 협상파와 강경파간의 내홍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이란 내 입장정리를 위해 추가적 공격을 자제하고, 휴전을 지속하겠다는 취지였다.

미국이 22일(현지시간) 아시아 해역에서 최소 3척의 이란 선박을 나포한 가운데, 이란도 맞대응으로 선박을 나포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이란 국영 TV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대원들이 사다리를 타고 파나마 국적 컨테이너선 MSC 프란체스카호와 라이베리아 선적 에파미논다스호를 올라가고 있다. [로이터]

하지만 이란은 협상 재개 조건으로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를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으며, 핵농축 권리 유지와 미사일 개발, 중동 내 우호 세력 지원 등 기존 ‘레드라인’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CNN은 짚었다.

전쟁 이후 권력 구조는 오히려 더 집중된 모습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핵심 인사들이 제거된 이후, 이란은 군 중심의 전시 체제로 재편됐다. 과거 경쟁 관계에 있던 정치 세력들이 하나의 의사결정 구조 아래 모이면서 전략적 일관성이 강화됐다 관측이 나온다.

트리타 파르시 퀸시연구소 부소장은 “전쟁 이전보다 현재 이란 지도부는 오히려 더 결속돼 있다”며 “의사결정 그룹이 축소되면서 전략 측면에서는 더 일관된 방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지도부가 대외적으로도 결속을 강조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정부는 내부 분열설을 강하게 부인하며 군사·외교 전략에서 단일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메흐디 타바타바이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지도부 분열론은 적대 세력의 낡은 선전”이라며 “전장과 국민, 외교 라인 간 결속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지난 2024년 10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레바논 국회의장과 회담후 자리를 나서고 있다. [AFP]

CNN은 특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이란 지도부의 결속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그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협상을 이끌었으며, 다양한 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인사들과 함께 대표단을 구성해 단결된 모습을 강조했다”고 짚었다.

다만 내부 이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쟁 대응과 외교 전략을 둘러싼 견해 차이는 존재하지만, 이를 외부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파르시 부소장은 “물론 내부 이견은 존재한다”면서도 “협상 교착의 원인을 이란 지도부 분열로 보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이란 지도부가 강경파를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된다.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17일 “호르무즈 해협이 상업 운항에 개방됐다”고 발표하자 이란 군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면 이란 해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이튿날인 18일 해협을 재봉쇄 했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의 하미드레자 아지지 연구원은 “과거에는 주요 정책을 논의하고 최고지도자에게 보고하는 제도적 구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접근 자체가 제한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다른 지도자들이 전쟁과 평화 관련 결정에서 더 큰 재량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란 지도부는 내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결속된 모습을 유지하는 동시에, 변화된 권력 구조 속에서 불확실성을 관리해야 하는 복합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존립 위협에 직면한 이란 정권은 수십 년간 유지해온 권력 분산 구조를 해체하고, 군 중심의 단일 체제로 권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이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선에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군사 훈련 중 이란 바시지 민병대원들이 열병식 행진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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