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뒤흔든 Z세대 시위…정권은 무너졌는데, 그 다음은? [디브리핑]

네팔선 ‘청년 정치’ 성과…마다가스카르는 권력 재편 진행
페루·인니·필리핀은 변화 제한적…엘리트 구조 여전
방글라데시도 다시 기득권 복귀…개혁 동력 약화
“충격은 성공, 제도는 미완”…세대정치 한계 드러나

 

지난해 마다가스카르의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 탄핵을 축하하는 콘서트에 참석한 젊은이들.[NYT]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지난 1년여 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Z세대가 주도한 시위가 정권 교체까지 이끌어냈지만, 이후 정치·경제 구조의 실질적 변화는 국가별로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젊은 층의 거리 정치가 단기적 권력 교체에는 성공했지만, 제도 개혁과 권력 재편까지 이어지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팔

지난해 9월 네팔에서는 부패와 정치적 면책, 소셜미디어 규제에 반발한 청년층이 단기간 시위를 벌여 정부를 무너뜨렸다. 이후 총선에서 청년 지지 기반 정당이 승리하며 30대 정치인이 총리에 오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세대 교체가 실제 권력 구조 변화로 이어진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경제 상황과 정책 실행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성공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네팔은 높은 실업률과 해외 노동 의존 구조를 안고 있어, 정치 변화가 곧바로 생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청년층 지지가 빠르게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청년 시위대가 정부 규제와 부패에 항의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ALJAZEERA]

마다가스카르

마다가스카르에서는 Z세대 시위에 군부 일부가 동조하면서 대통령이 해외로 떠났고 권력 공백 속에 정치 재편이 진행됐다. 이후 현 지도부는 부패 척결과 행정 개혁을 내세우며 통치 체제를 재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 일정이 미뤄지고 군부 영향력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민주적 정당성 확보는 과제로 남아 있다. 시위가 체제 변화를 촉발했지만, 권력의 중심이 민간이 아닌 군부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완전한 정치 개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마다가스카르 수도에서 Z세대 시위대가 대통령 축출 이후 거리에서 환호하고 있다.[ALJAZEERA]

페루

페루에서는 범죄 증가와 정치 불신이 겹치면서 청년층 시위가 확산됐고 결국 대통령이 축출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지도자 교체가 반복되며 정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여러 차례 대통령이 중도 퇴진하는 등 구조적 불안정이 이어져 온 만큼, 이번 변화 역시 Z세대 시위의 성과라기보다는 기존 정치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시위는 ‘정권 교체’에는 성공했지만 ‘정치 안정’에는 실패한 사례로 평가된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청년 시위대가 정치권 부패에 항의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

인도네시아·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는 물가 상승과 실업 문제, 정치 특권에 대한 반발로 청년층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정부가 일부 의회 특권을 축소하는 조치를 내놓았지만, 핵심 권력 구조는 유지됐다.

필리핀 역시 청년 주도의 반부패 시위가 이어졌지만 정치 엘리트 중심 체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두 나라 모두 과거 민중 혁명을 통해 정권 교체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사회적 불평등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 변화 실패’ 사례로 꼽힌다.

모로코 라바트에서 청년들이 교육·의료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

모로코

모로코에서는 청년 실업과 교육·의료 인프라 붕괴, 대형 개발사업에 대한 불만이 시위로 이어졌다. 그러나 경찰의 강경 진압 이후 시위는 빠르게 위축됐고, 제도적 변화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국가 권력이 강력하게 유지되는 환경에서는 Z세대 시위가 체제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케냐, 토고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방글라데시에서는 2024년 Z세대 시위가 권위주의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하며 가장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임시 지도자로 등장하며 개혁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선거에서 다시 정치 명문가가 집권하면서 권력 구조가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는 기존 정치 세력이 여전히 강력한 조직력과 자원을 바탕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Z세대 시위가 “정치적 충격파(shock)” 역할에는 성공했지만 “제도 전환(transition)” 단계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진단한다.

가자지구 알 아즈하르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므카이마르 아부사다는 “이 같은 움직임은 체제를 흔드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이후 권력 구조를 재설계하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조직과 협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사회학 연구자들은 Z세대 시위의 특징으로 ‘빠른 동원력과 느린 제도화’를 꼽는다.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자 에릭 셀빈은 외신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 기반의 시위는 순식간에 정권을 압박할 수 있지만, 정당·의회·관료 체계를 장악하는 데 필요한 장기적 정치 조직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권력 구조의 ‘복원력’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 전문가 샤디 하미드는 “많은 국가에서 기존 엘리트 네트워크는 매우 강하게 얽혀 있어 정권이 교체돼도 정책 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Z세대 내부의 한계도 지적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Z세대는 부패·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은 강하지만 정책 대안에 대해서는 합의가 부족하다”며 “반대의 정치에는 강하지만 집권의 정치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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