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입도선매’ 경쟁…빅테크 줄 세운 삼성·SK, 장기계약 활발해진다

인텔, 구글과 최신 IPU ‘3~5년’ 공급 계약
‘반도체 블랙홀’ AI 데이터센터, 장기계약 촉발
삼성·SK도 범용 D램 중심 LTA 체결에 무게
30일 삼성전자 실적 설명회서 추가 언급 주목


립부 탄 인텔 CEO [로이터]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반도체 업계가 실적 발표 시즌을 맞이하면서 장기공급계약(LTA)에 대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인텔이 구글에 인프라 처리장치(IPU)를 장기 공급하기로 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LTA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TA를 체결하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도 실적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다년 단위 LT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오는 30일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관련 내용이 언급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22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구글과의 LTA 체결 사실을 발표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제온 IPU를 중심으로 구글과 장기적으로 신뢰할 만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며 “이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일부 주문형반도체(ASIC) 사업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인텔이 밝힌 계약 기간은 3~5년이다. 구글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쓰일 최신 서버용 CPU를 공급 받기 위해 이 같은 협력 계약을 맺었다. 또한 양측은 대규모 AI 환경에서 성능을 극대화할 맞춤형 ASIC 기반 IPU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구글과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의 LTA 체결 동향이 전해지면서 국내 반도체 ‘투톱’의 LTA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주문이 폭주하는 만큼 삼성과 SK하이닉스도 유사한 계약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LTA를 맺은 건 CPU인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이 주력 공급하는 메모리반도체와는 제품 성격에 차이가 있다”면서도 “그만큼 글로벌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를 위해 제품군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로 범용 D램을 중심으로 LTA가 체결될 것으로 내다본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이미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1년 이상 계약을 맺고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D램의 경우 서버용 수요는 물론 모바일 수요까지 이어지면서 이익률이 HBM 이익률을 넘어섰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TPD) 행사에서 “HBM 마진은 60%인데 일반 칩 마진은 80%”라며 “일종의 왜곡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반도체 블랙홀이 되면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같은 북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의 계약 의지가 강력하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도 이들과 우선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알려졌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말까지 D램 업체의 캐파(CAPA·생산능력)가 사실상 정해진 상황에서 고객의 ‘땅 따먹기’가 시작됐다”며 “오는 2분기 범용 D램 매출 중 장기 계약 비중이 10% 중반 이상으로 확대되고 하반기 그 비중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간접적으로나마 LTA 체결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객사와 공급 계약을 기존 연·분기 단위에서 3~5년 다년 공급 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3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고객사들로부터 중장기 물량 요청이 늘었다”며 “다년 단위 LTA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수요 가시성과 투자 효율성이 자연스럽게 개선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반도체업계는 오는 30일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전 부회장이 직접 언급한 만큼 추가적인 LTA 관련 업데이트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LTA가 활성화되면 전과 같은 다운턴(Downturn)이 찾아와도 업황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 특히 투자자의 주목도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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