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으면 뭐합니까” 샌드위치 사장님 깨운 한마디…싹 바꿨더니 매출 10% 뛰었다

[포용금융 현장을 가다-신한금융 편]
소상공인 돕는 ‘SOHO사관학교·땡겨요’
브랜딩·마케팅·가격 전략 등 맞춤형 수업
포스터·메뉴판 개편하니 매출 개선 속속
“‘땡겨요’로 수수료 절감…품질로 보답”

 

정승희 엘샌드위치 대표는 지난해 10월 ‘신한 SOHO사관학교’ 수강을 계기로 브랜딩 전략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엘샌드위치만의 경쟁력을 담은 스토리텔링과 포스터를 만들면서 브랜드를 재정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21일 서울 종로구 매장 메뉴 디스플레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혜림 기자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지난 21일 오전 11시 50분 서울 종각역 인근 한 샌드위치 가게. 벽돌처럼 쌓인 치아바타 수십 개가 눈 깜짝할 새 반으로 갈리고, 닭가슴살은 한 움큼씩 쥐어져 빵 위에 올라간다. 싱싱한 빨간 토마토와 초록 채소 위에 소스가 뿌려지고, 샌드위치는 곧바로 접시로 옮겨졌다. “68번 고객님.” 불과 한 시간 남짓, 200개 가까운 샌드위치가 팔려나갔다.

정오가 되니 22개 테이블이 꽉 찼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몇몇 손님은 가게 옆에 놓인 대형 냉장 자판기로 시선을 돌렸다. 샌드위치 한 개짜리부터 반쪽, 샐러드까지 인기 품목이 칸마다 채워져 있었다. 매장 직원은 “바쁜 직장인들이 기다리지 않고 바로 가져갈 수 있도록 올해 새로 도입한 냉장 자판기”라며 “작년 말 사장님이 은행에서 교육을 듣고 온 이후 자판기 설치부터 포스터 제작까지 매장 운영 방식을 많이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점심시간대 서울 종각역 인근 ‘엘샌드위치’ 매장 앞에 설치된 냉장 자판기에서 고객들이 샌드위치를 구매하고 있다. 당일 생산한 제품을 신선하게 제공하기 위해 점심시간 직전에 만들어 채워 넣는다고 한다. 유혜림 기자

▶신한 SOHO사관학교 누적 수료생 1178명=이 샌드위치 가게의 사장인 ‘엘샌드위치’ 정승희 대표는 자신을 “신한 SOHO사관학교 37기”라고 소개했다. 신한은행은 2017년부터 소상공인·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경영 컨설팅 프로그램 ‘신한 SOHO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브랜딩, 마케팅, 세무·법률 등 매출 노하우를 무료로 전한다. 현재까지 중급과정만 39개 기수가 운영됐고, 누적 수료생은 1178명에 달한다. 우수 수료생에겐 대출 금리 인하 등 혜택도 제공한다.

정 대표는 장사가 잘 안돼서 찾은 건 아니었다. 매장은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10년 넘게 쌓아온 단골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주변 환경도 달라지고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가루와 올리브유 가격이 뛰었다. 비용은 쌓이는데 매출은 제자리였다. 막연한 고민이 이어지던 시점에 신한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쓰는 정 대표의 눈에 ‘신한 SOHO사관학교’가 들어왔다.

작년 10월부터 8주간, 그는 금요일마다 3~4시간씩 수업을 들었다. “대표님, 맛있으면 뭐합니까. 사람들이 모르는데.” 수업 중 강사의 한 마디에 정 대표는 사업 전략을 다시 뜯어봤다. 정 대표는 그간 설탕을 넣지 않은 당일 생산 빵, 과일로 단맛을 낸 소스, 새벽 가락시장에서 들여온 신선한 채소를 당연한 기준처럼 여겼다. 손님도 알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재료를 쓰고 왜 이 가격을 받는지, 이제는 먼저 알리고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브랜드를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매장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메뉴판도 전면 개편했다. 매장에서 빵을 언제 어떻게 굽는지, 어떤 채소를 쓰는지, 왜 이 샌드위치를 선택해야 하는지 QR코드와 포스터로 풀어냈다. 메뉴명 하나에도 ‘오후 3시의 허기탈출! 반쪽 샌드위치’와 같이 이유를 붙였고, 판매량 하위 20% 메뉴는 과감히 정리했다. 작년 겨울철엔 따뜻한 스프를 샌드위치 100만개 판매 기념 이벤트로 선보이며 매출 비수기를 이겨냈다. 정 대표는 “전년 동기 대비 일 매출 10% 상승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점심시간 풍경도 달라졌다. 한 시간 반에 300개 가까운 샌드위치를 소화해야 하는 구조에서 단순히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할 수는 없었다. 그 결과물이 올해 설치한 냉장 자판기였다. 정 대표는 “마케팅 수업을 듣고 매장 밖에서도 손님을 만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무조건 싸게 파는 게 아니라 재료를 더 넣고 구성을 강화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지난 21일 점심시간대 서울 종각역 인근 ‘엘샌드위치’ 매장에서 직원들이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혜림 기자

▶은행이 만들어준 ‘사장님 네트워크’=정 대표는 장사를 하며 제일 힘들었던 건 손님도 세금도 아니고 “물어볼 선배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책임감은 큰데 어디다 털어놓을 데는 없고, 속은 타는데 먼저 약한 소리를 꺼내기에는 체면이 걸렸다. 신한 SOHO사관학교에서 만난 동기들은 그런 정 대표를 혼자 버티던 장사에서 꺼내줬다. 나이도 20대부터 60대까지 제각각, 업종도 피자집·오리집·모자 도매업자·해외 물류업자·공연 기획자 등 다양한 업종의 사장님들이었다.

수료 이후에도 이들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돕는다. 중국에서 말차를 들여오고 싶어 막막해하던 한 대표에겐 무역업을 하는 한 동기가 조언을 줬고, 공장을 알아보던 다른 동료에겐 정 대표가 자신의 공장 운영 경험을 꺼내 건넸다. 정 대표는 “혼자 장사하다 벽 앞에 멈춰 선 사람에게 ‘나도 거기 가봤다’고 말해주는 동료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면서 “강의 이상의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땡겨요 주문 들어오면 더 반가워”=주방 안에서 샌드위치를 쉴 새 없이 만들어내는 사이, 문 앞에서는 배달 기사들이 번갈아 나타났다. 엘샌드위치는 작년 늦가을부터 신한은행의 공공 배달앱 ‘땡겨요’를 함께 쓰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는 게 다르다’라는 것이 정 대표 설명이다. 민간 앱 수수료는 최대 7.8%(부가세 별도)에 달하는 반면, 땡겨요는 2% 수준이다. 땡겨요는 저렴한 수수료와 지역사회와의 상생까지 함께 챙기는 ‘상생 모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정 대표는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는 소상공인에게 있어서 상당한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비용”이라며 “땡겨요를 써보니 중개 수수료 비용을 최대 40% 가량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신한은행을 통해 땡겨요 전체 가맹점의 수수료 절감 효과를 집계한 결과, 2022년 54억원 수준에서 2023년 97억원, 2024년 111억원으로 늘었다. 작년에는 정부의 소비 쿠폰 지급 효과에 힘입어 무려 388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기존 배달앱 대비 수수료 차이를 주문액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다.

정 대표는 “성수기가 시작되면 수수료 차이는 더 크게 체감될 것”이라며 “땡겨요 같은 상생 배달앱 주문이 늘수록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수료를 아낀 만큼 같은 가격이라도 더 알차게 담아드리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