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아나는 듯보였다” 평까지…‘예측불가’ 트럼프 들었다놓은 찰스3세, 어땠길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국 국왕 찰스 3세 [게티이미지닷컴]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찰스 3세 영국 국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만나 ‘밀착 행보’를 보인 가운데, 보석 반지를 낀 찰스 국왕의 손에 트럼프 대통령이 꼭두각시처럼 놀아나는 것처럼 보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1944년 진수돼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영국 잠수함 HMS 트럼프호에 걸려있던 금색 종을 선물 받았는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외심이 가득한 눈으로 이를 들여다봤다.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 쪽을 보고는 ‘여보, 봤어?’라고 하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기도 했다.

찰스 국왕은 “연락할 일이 있으면 종을 울려달라”고 농담도 했다. 참석자들은 박수갈채로 반응했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더없이 기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진귀하고 화려한 선물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딱 맞는 선물이 된 것이다.

찰스 국왕은 영국 특유의 ‘아슬아슬한’ 농담도 여러 차례 건넸다.

찰스 국왕은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가 1957년 양국의 관계 회복을 위해 방미한 일도 꺼냈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에 반발한 영국이 군사 행동을 벌이고 미국은 이에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을 때, 모친이 방미해 관계 회복에 성공한 일을 거론한 셈이다.

찰스 국왕은 “거의 70년이 지나 그런 일이 지금 일어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을 연일 비난한 상황을 짚은 것이다.

이는 다른 정상이라면 트럼프 대통령 바로 앞에서 들이밀기 힘든 농담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웃어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왕실에 대한 선망을 숨기지 않고 보여왔다.

찰스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대형 연회장을 설치하려다가 법원의 제동에 가로막힌 사건도 농담으로 승화했다. ‘영국이 1814년 백악관 재개발을 시도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영국군이 당시 워싱턴DC 곳곳을 불태웠던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찰스 국왕이 ‘트럼프 2세’를 겨냥한 외교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한 조화로운 연설을 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도 ‘뼈 있는’ 응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국 국왕 찰스 3세 [게티이미지닷컴]

다만 트럼프 대통령 또한 가만히만 있지는 않았다.

찰스 국왕에 앞서 건배사를 한 트럼프 대통령은 “노르망디 해변과 한국의얼어붙은 언덕,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뜨거운 사막까지”라며 미국과 영국이 함께 싸운 지역을 언급한 뒤 “우리는 지금 중동에서도 약간의 일을 하고 있는데 아주 잘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적이 핵무기를 갖도록 절대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찰스는 나보다도 더 내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영국 왕실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게 철칙이다. 실권은 총리에게 있기에 현안에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라는 말을 쓴 것이다.

이와 관련, 버킹엄궁은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은 원론적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국왕은 핵 확산 방지라는 (영국)정부가 오랫동안 유지하고 잘 알려진 입장을 자연스럽게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런 말을 했다고 인정하지도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반박도 하지 않은 채 자국 정부의 비확산 정책을 잘 알고 있다고만 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왕실 입장에선 민망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짚었다. 더타임스도 중동 전쟁으로 찰스 3세를 끌어들일 위험이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BBC 방송은 “영국왕이 중동 전쟁의 혼란에 휘말릴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국왕이 정확히 무엇이라고 했는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믿을 만한 전달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정책은 주로 외교와 경제 제재를 통한 것”이라며 “이를 지지한다고 해, 일부가 불법적이거나 잘못됐다고 여기는 대이란 전쟁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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