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더 커진 미 연준 금리 경로

연준, 3연속 기준금리 동결
‘고유가發 인플레’ 경제전망 불확실
매파적 동결 vs 인하…신호 불투명
이란戰 장기화 브렌트유 4년래 최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5월 15일 의장 임기가 만료되는 파월은 “이번이 의장으로서 마지막 기자회견”이라며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다음에는 못 뵐 것 같습니다( I won’t see you next time)”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의장 임기가 끝나도 자신에 대한 수사가 완전 종결될 때까지 연준 이사직으로 남겠다고 했다. 그의 연준 이사직 임기는 2028년 1월까지이다. [EPA]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3.50∼3.75%로 동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세번이나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했지만, 올해는 지난 1월부터 이달에 이르기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당분간 이란 전쟁의 여파로 금리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연준의 성명과 이를 성명에 명시하지 말라는 소수의견까지 겹치며 연준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를 3.5%에서 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경제 전망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며, 중동 분쟁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처럼 이번 금리 동결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와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중동 지역의 전개 상황은 경제 전망에 대한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중 책무(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의 양 측면 모두에 대한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은 이어 “위원회의 목표 달성을 저해할 위험 요인이 나타날 경우 적절히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에서 “지금은 노동시장이 어떤 식으로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그 점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전반적으로 보면 경제는 꽤 괜찮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이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현재 연준의 우려가 노동시장보다 인플레이션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관세가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질 것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작업해 왔다”며 “실제로 다음 두 분기 안에 그것(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 요인 제거)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국제유가는 연준의 우려대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18.03달러로 전장 대비 6.1% 상승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장중 배럴당 119.76달러까지 찍으며 러·우 전쟁 발발 시기인 2022년 6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6.88달러로, 전장보다 6.95%나 급등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일시적 요인일 수 있다 ‘신중론’을 내보였지만, 내부에서는 매파적 입장으로 돌아선 소수의견이 셋이나 나왔다. 이는 연준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를 교란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준은 베스 하맥, 닐 카시카리, 로리 로건 등 3명의 이사가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 유지(금리 동결)는 지지하지만 현 시점에서 성명서에 ‘완화 편향(easing bias)’을 포함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준의 향후 행보가 금리 인하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는 주장이었다.

이를 두고 연준의 이번 결정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동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의 과정에 대해 “현재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한두 번 전 회의와 비교해 상당히 달라졌다”며 “완화 편향 문구를 보다 중립적인 입장으로 바꾸는 것, 즉 금리 인상이 금리 인하만큼 가능하다는 식으로 언급하는 것을 지지하는 위원 수가 그 사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이유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그사이 약간 상승했고, 근원 인플레이션은 현재 3.2로 약간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걸프 지역에서 발생하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란 전쟁으로 인한)이 있겠지만 그 규모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여파가 연준을 매파 성향으로 일부 돌려놓은 셈이다.

파월 의장은 매파적 시나리오 전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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