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국 항모는 장난감” 조롱했는데…찰스 3세가 보인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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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연설 중 “나는 엄청난 자부심으로 영국 해군에 복무했다”고 밝혔다.

찰스 3세 국왕은 이어 “선친 필립공과 외조부 조지 6세, 진외종조부 마운트배튼경, 외증조부 조지 5세가 해군에 남긴 발자취를 따랐다”고도 했다.

이날 폴리티코 유럽판은 찰스 3세의 이같은 발언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영국 해군을 그만 무시하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미국의 이란 공습에 참여하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판하며 “영국 항공모함은 장난감”이라고 조롱한 바 있다.

이달 초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는 “여러분에게는 해군이 없다”며 놀리기도 했다.

찰스 3세가 영국왕으로는 35년 만에 처음으로 동맹국 미국 의회에서 한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은근한 풍자와 질책을 담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영국 등 나토의 유럽 동맹국이 미국을 위해 싸웠다는 점도 언급했다.

찰스 3세는 “9·11 직후 나토가 (집단방위)5조를 처음 발동했을 때, 우리는 1세기 넘게 그랬듯 응답했다”며 “두 차례 세계대전과 냉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우리 공동 안보를 정의해온 순간들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강조했다.

찰스 3세는 “독립 이후로 미국의 말은 무게와 의미를 지닌다”며 “이 위대한 국가의 행동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우리의 말은 별로 기억하지 않아도 우리의 행동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도 인용했다.

폴리티코는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일단 쏘고 보는 트루스소셜 글들이 훌륭하지는 않지만, 미국이 다시 우리 친구로 돌아오면 대문자로 쓴 그 글들은 잊어주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찰스 3세 국왕의 발언은 평소 말을 아끼고 은유적인 표현을 즐겨 쓰는 영국 왕실의 관례를 비춰볼 때 놀랍도록 직설적이었다는 게 CNN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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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찰스 3세 국왕은 연설 중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비판하거나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아메리칸 대학교의 개릿 마틴 교수는 “마치 왕이 대통령에게 ‘왕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고 했다.

찰스 3세 국왕의 발언은 최근 영국의 중동 사태 참여 거부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복원하려는 의교적 노력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았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의 거부에 분노해 남대서양에 있는 영국령 섬인 포클랜드 제도에 대한 영국의 주권 지지 철회까지 시사한 바 있다.

찰스 3세 국왕은 이를 의식한 듯 “친구 사이에도 영원한 유대감을 깨뜨리지 않으며 이견을 보일 수는 있다”며 “우리가 항상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는 아마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긴장 완화에 나섰다.

찰스 3세 국왕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한 영국 잠수함 ‘트럼프호’에 걸린 종도 선물했다. 그는 “필요하면 언제든 종을 울려달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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