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많이 먹는데” 이대로는 안 된다…유별한 한국인 치킨 사랑, ‘결국’ [지구, 뭐래?]

치킨을 튀기는 모습.[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밥보다 고기(치킨)를 많이 먹는 한국인들’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실제 한국인의 1인당 고기 섭취량은 이미 쌀 섭취량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고기가 ‘주식’인 셈이다.

고기가 중심이 된 한국인의 식단. 대표적인 ‘나쁜 식습관’으로 분류된다. 단순히 고기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돼지고기.[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이같은 식습관이 지구에 가장 해로운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 여타 식자재와 비교해서 압도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인의 고기 섭취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연간 5700만톤 수준. 같은 기간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양의 3분의1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나쁜 고기’가 있다. 바로 ‘소고기’. 그런데 한국인의 소고기 섭취량은 이웃인 일본·중국과 비교해서도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갈비.[게티이미지뱅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인의 1인당 3대 육류(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소비량은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 2024년 기준 연간 소비량만 해도 61.4kg로 쌀(56.4kg)보다 확연히 많은 수준. 심지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밥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주 식단이 ‘고기’로 바뀐 셈이다. 지난 1980년 육류 섭취량이 11.3kg인 것을 고려하면, 약 40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쌀 소비량은 100kg 이상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소고기.[게티이미지뱅크]


고기 중심의 식단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각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곡물, 채소 등과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높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고기, 농장에서 매장까지 : 국내 육류 소비의 전 과정 탄소발자국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육류 소비로 인한 한국인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1115kg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김포에서 제주도까지 운행하는 비행기를 21회가량 탔을 때 배출되는 양과 같다.

소.[게티이미지뱅크]


육류별 탄소발자국 계수를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환산하면 배출량 규모는 연간 5694톤에 해당한다. 이는 국내에 있는 모든 석탄발전소의 연간 배출량의 34% 수준. 한 종류의 식자재를 먹는 것만으로, 쉼 없이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과 맞먹는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는 셈이다.

고기가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가축을 키우고 가공하고, 이를 운송하는 데 다른 식자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자원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소고기.[게티이미지뱅크]


그중에서도 ‘소고기’는 유독 지구에 나쁜 영향을 주는 육류다. 반추동물의 특성상, 저작 과정에서 적지 않은 메탄이 방출되기 때문. 트림, 방귀, 분뇨 등에서 나오는 메탄은 이산화탄소 대비 800배 정도의 온난화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솔루션이 전과정평가 방법론을 적용해 국내 육류 제품의 공급망 전반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한 결과, 소고기는 돼지고기보다 약 4.4배, 닭고기보다는 10.8배가량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소고기 소비량은 약 15kg으로 일본(5.9kg)에 비해 2.5배, 중국(3.9kg)에 비해 3.8배가량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고기를 많이 소비하는 것에 더해 가장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고기의 소비량까지 높다는 얘기다.

그 영향도 뚜렷하다. 2024년 기준 소고기 소비량은 전체 육류 소비의 25%에 불과하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에서는 전체의 약 56%를 차지하고 있다. 소고기 중심의 소비 확대가 육류 부문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승하게 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게 기후솔루션 측의 분석이다.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지구식탁 토크콘서트’에서 제공한 저탄소 음식이 접시에 담겨 있다. 김광우 기자.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 다수가 ‘채식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심지어 채소, 곡물류라고 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른 식재료도 비료 사용과 원거리 운반 등을 통해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식재료 중에서도 탄소를 덜 배출하는 제품을 쉽게 고를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의 선택에 따라 얼마만큼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 이게 기후변화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소비 행태는 달라질 수 있다.

심지어 저탄소 제품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선호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9.6%는 고탄소 제품보다 저탄소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답한 바 있다.

저탄소 인증 마크가 부여된 설탕.[헤럴드DB]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저탄소 제품에 대해 공식적으로 ‘저탄소’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다 생산하는 곳도 많지 않아 널리 통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육류의 경우,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데이터가 한정돼 있다.

이에 적어도, 소비자가 탄소 배출량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더 확대해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후솔루션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인접국 대비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구매 시 참고할 수 있는 정량적인 탄소 정보가 제한적”이라며 “생산자 중심에서 국한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소비자 친화적 정보로 전환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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