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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야생 앵무새 4마리가 349마리에게 새로운 먹이 먹는 법을 전파했다. 동료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20일 만에 이뤄진 결과다.
최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4월호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호주국립대·취리히대·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등 공동 연구팀은 시드니 도심에 서식하는 유황앵무(황관앵무·Cacatua galerita) 705마리를 대상으로 사회적 학습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발모랄 해변(BA)와 클리프턴 가든스(CG) 두 집단에서 각각 암수 한 쌍씩 총 4마리를 훈련시켰다. BA 집단에는 파란색 아몬드를, CG 집단에는 빨간색 아몬드를 먹도록 단계적으로 훈련했다. 처음에는 모든 개체가 색이 칠해진 아몬드에 거부 반응을 보이며 뒷걸음질 치거나 물었다가 던져버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훈련된 개체가 먹이를 먹기 시작하자 BA 집단에서는 7분 만에, CG 집단에서는 1분도 채 안 돼 다른 개체들이 뒤따랐다. 실험 10일째 두 집단에서만 214마리가 아몬드를 먹었고 개체당 평균 28.9개를 소비했다.
시범 개체 없이 운영된 대조군 집단(노스브리지·NB)에서는 4일이 지나도록 아몬드를 먹는 개체가 없었다. BA 집단에서 동료가 아몬드 먹는 장면을 130차례 목격하고 이동해온 어린 암컷 한 마리가 아몬드를 먹자 10분 안에 15마리가 추가로 따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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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가 진행된 호주 서식지 지도(a)와 실험 장치 앞에 선 시연 개체(b). 실험에는 개체 구분을 위해 무독성 식용 색소로 염색된 아몬드(c)가 사용되었다. [국제학술지 PLOS Biology 4월호] |
실험은 이후 맨리·보태닉 가든 두 집단으로 확장됐다. 별도 훈련 개체 없이 앞선 집단에서 이동해온 개체들만으로 행동이 퍼졌다. 20일간의 전체 실험이 끝났을 때 5개 집단에서 총 349마리가 아몬드를 먹었다. 연구팀은 사회관계망 기반 확산 분석(NBDA)을 통해 학습 이벤트의 99.9%가 사회적 학습으로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나이에 따른 학습 방식 차이도 확인됐다. 어린 새(1~7세)는 주변 다수가 선택한 색상을 따르는 동조 편향을 강하게 보였다. 어린 암컷의 동조 지수 평균값은 1.67, 어린 수컷은 1.95였다. 성체(7세 이상) 수컷은 0.89로 비동조적 경향에 가까웠다. 성체는 다수보다 평소 자주 어울리던 동료의 선택에 더 주목했다.
성별 차이도 나타났다. 수컷의 선택은 다른 수컷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지만 암컷에게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암컷은 관찰 대상의 성별이나 나이와 무관하게 사회적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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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무새가 사용한 서로 다른 껍질 제거 기술을 보여준다. 부위별로 조금씩 갉아내는 방식(A, B)과 강력한 부리 힘으로 반을 가르는 방식(C)의 차이가 뚜렷하다. [국제학술지 PLOS Biology 4월호] |
아몬드 껍질을 여는 기술에서도 사회적 영향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147마리의 껍질 까기 행동 539건을 분석했다. 집단 간 거리가 가까울수록, 개체 이동이 많을수록 기술 유사도가 높아졌다. 유전적 친연 관계는 기술 유사도와 무관했다.
펜도르프 박사는 “어린 유황앵무는 성체보다 자주 이동하기 때문에 낯선 환경에서 현지 다수의 행동을 따르는 것이 독성 먹이를 피하는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도시화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야생 동물이 새로운 먹이 자원을 채택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첫 실험적 증거라고 평가했다. 쓰레기통 열기, 새로운 열매 섭취 등에서 이미 높은 적응력을 보여온 유황앵무의 도시 생존 비결이 사회적 학습망임을 야생 실험으로 직접 입증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