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설계비만 167억 증액, 공공 위험 떠안는 구조”
서울시 “유산청과 수차례 협의 시도, 합의 못 찾아”
![]() |
| 서울 세운4구역 매장유산 발굴현장 시추 모습. [국가유산청]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싸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종묘 일대 경관 보존 원칙이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진 건축계획과 수백억원대 설계비 증액이 충분한 검증 없이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 쟁점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세운4구역은 종로구 예지동·인의동 일대 종묘 인접 지역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 사업이다. 경실련은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종묘 앞 높이 관리 기준이 크게 완화됐고 공공 부담은 커졌지만 개발이익 환수 구조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실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사업시행변경인가 당시 종로변 건물 높이는 54.3m, 청계천변은 71.8m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에는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4.9m 규모의 건축계획이 담겼다. 종로변은 약 82%, 청계천변은 100% 넘게 높아졌다.
경실련은 “종묘 앞 공간은 특정 사업자의 개발이익이 아니라 시민 전체의 문화유산과 공공성을 기준으로 관리돼야 한다”며 “서울시가 누구를 위해 어떤 근거로 기존 원칙을 바꿨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유산청이 지난해 10월 ‘기존 협의가 이뤄진 높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서울시와 SH가 상향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
| 서울시가 올해 초 공개한 세운4구역 건축물 높이 실증 결과 이미지의 모습. [서울시 제공] |
서울시는 국가유산청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제안으로 들어온 사업안을 두고 유산청과 여러 차례 협의를 시도했다”며 “도심 활성화와 종묘 보존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협의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과 재작년 사이 여러 차례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논의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법적 문화재보호구역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직접 규제를 받는 곳은 문화재보호구역까지인데 세운4구역은 해당 구역이 아니다”라며 “법적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유산청과 협의를 이어왔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실련은 “높이 완화 자체보다 어떤 절차와 판단을 거쳐 기존 원칙이 바뀌었는지가 핵심”이라며 관련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SH가 재정비계획 변경 확정 전에 전면 재설계를 추진하며 설계비를 크게 늘렸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경실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H는 기존 353억여원이던 설계비를 520억여원으로 약 167억원 증액했다. 변경 계약서에는 “전면 재설계 진행에 따른 과업 추가”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실련은 “계획 변경의 공공성과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되기도 전에 대규모 비용 증액이 먼저 반영됐다”며 “공공이 사업성 확대를 위한 비용을 선제적으로 부담하는 구조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정보공개 청구가 들어오면 공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설계 변경 계약서나 사업비 관련 자료는 SH 측에서 판단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 |
| 지난 3월 경실련이 종묘 앞 세운지구 재개발 추진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연합] |
경실련은 사업비 구조도 문제 삼았다.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세운4구역 총 투입비용은 약 75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토지보상비가 48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금융비용만 640억원에 달했다. 특히 금융비용의 약 90%가 철거 이후인 2022~2025년 사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 세운4구역 권리주체는 172명, 공유자는 131명이며 권리제한 물건은 82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공동소유 물건은 541개, 최대 공동소유자는 17인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공동소유와 권리제한이 많을수록 보상·협의·권리정리 과정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공공은 비용과 위험을 떠안고 민간은 높이 완화에 따른 이익을 기대하는 구조가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서울시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미 지난해 촉진계획 고시 이후 계속 제기돼왔던 사안”이라며 “대응 필요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