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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3.0% 수준이었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1.92%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1.71%, 내년에는 1.57%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려 15년째 내리막길을 걸으며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적극적인 구조개혁이 없으면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 초반에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사회가 ‘반도체 호황 착시’에 취해있는 사이에 경제는 저성장의 늪으로 가라앉고 있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15배나 큰 미국보다 성장 엔진이 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유연한 노동시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기술 등 끊임없이 성장동력을 교체하며 한계를 돌파해 왔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추락도 오래전부터 경직된 노동시장, 인재 유출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지만 노동계의 반발을 우려해 구조개혁을 방치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AI 시대에 노동의 유연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앞으로 AI의 발전에 어떻게 대처하고 기술 우위를 누가 차지할지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상황에서 과거 공장제 시대의 경직된 근로 형태를 고집하는 것은 노사 모두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한 직장에서의 고용 유지’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노동시장 전체에서의 지속 가능한 고용’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특정 기업 내에서의 신분 보장에 매몰된 경직성은 오히려 새로운 기술 수용과 효율적인 인력 이동을 방해한다. 근로자가 변화하는 산업 수요에 맞춰 역량을 재교육받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곳으로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는 안전한 노동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저성장 고착화를 끊어낼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개혁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나 특정 주체의 희생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대화와 양보를 통해 변화의 방향에 합의할 때 비로소 제도 개선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회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는 AI 중심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 필요성에 공감하고, 기술도입에 따른 직무변화 대응, AI 연구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로시간제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앞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노사정이 AI 전환, 노사관계 제도 등 주요 노동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만큼 AI 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대화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경제 주체들의 인식 전환이다. 지금까지의 노사 관계가 상대의 파이를 빼앗아 오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었다면, 저성장 시대의 대화는 함께 파이를 키우는 ‘포지티브 섬(Positive-sum)’ 게임이 되어야 한다.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이나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모두 국가적 위기 앞에서 노사정이 ‘대화’를 선택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당장의 고통 분담이 미래의 생존을 담보한다는 확신을 공유했다.
저성장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다. 우리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두터운 신뢰 속에서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 대한민국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의 엔진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