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인줄 알았는데” 트럼프·룰라, 화기애애 정상회담 비결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자국의 핵심 광물 시장 투자를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룰라 대통령이 회담을 갖는 모습. [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7일(현지시간) 백악관 회동은 ‘앙숙’, 내지는 ‘상극’의 만남이어서 주목받았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정상회담은 예상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무난하게 마무리됐다고 전해진다. 원만한 정상외교의 배경에는 룰라 대통령이 내건 ‘핵심 광물’이라는 수(手)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게시글을 올려 “아주 역동적인 브라질 대통령과의 회담을 방금 마무리했다”면서 “무역과 특히 관세 같은 여러 주제를 논의했고 회담은 아주 잘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대표단들이 특정 주요 요소들을 논의하기 위해 만날 예정이다. 추가 회동은 필요하면 몇 달 내에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관세 등 무역 협상을 위한 실무진 논의가 향후 몇 달 동안 이어지리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의 만남은 대표적인 앙숙의 회동으로 눈길을 끌었다.남미 좌파의 좌장인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와 정치적 성향 면에서 대척점에 있고, 트럼프는 룰라 대통령과 경쟁 관계인 우파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르 전 브라질 대통령을 지지해왔다. 보우소나르 전 대통령이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을 받자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동지가 탄압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를 빌미로 브라질에 고율관세를 매겨 내정간섭 논란까지 불러왔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브라질 정부와 경제에 대한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주권은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지난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세계의 황제가 되려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처럼 사사건건 부딪쳐왔던 양 정상의 회동이 원만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된 배경에는 룰라 대통령의 선물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세간의 분석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룰라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자국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과 핵심 광물 잠재력을 공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브라질의 핵심 광물 채굴, 정제 사업에 투자해 그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고 제시한 것이다.

이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 광물 분야에서 자립도를 높이려 애쓰는 미국에 매력적인 제안이다. 브라질은 니오븀, 흑연, 니켈, 리튬 등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는, 상당한 핵심 광물 보유국이다. 니오븀은 전 세계 매장량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천연 흑연도 세계 매장량의 26%가 브라질에 포진됐다. 브라질의 니켈 매장량도 전 세계 매장량의 12% 수준이다. 희토류 매장량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규모다.

그러나 브라질은 정제·가공 역량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브라질 입장에서는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빌려 핵심 광물을 정제·가공해 수출 상품으로 키우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브라질과 협력해 핵심 광물 공급망을 분산시키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브라질이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것도 브라질의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이 더욱 탐나는 이유 중 하나다.

브라질은 미국과의 협력을 계기로 관계를 개선해, 관세 등 무역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브라질에 기본관세 10%에 추가관세 40%까지 더해 5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매긴 바 있다. 이는 지난 2월 미국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무효가 됐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 10%를 통보해 현재 대부분의 상품에 10%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소고기와 커피 등 일부 농산품은 미국 내 고물가 논란이 일면서 철폐되기도 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