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읽는 신간] 괴물의 시대…혁명을 준비하는 시간…꿈의 방

▶꿈의 방(데이비드 린치, 크리스틴 매케나 지음·윤철희 옮김, 을유문화사)=지난해 1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초현실주의자로 불렸던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타계 1주년을 맞아 지난 2019년 국내에 출간된 바 있는 ‘꿈의 방’이 다시 세상에 나왔다. 평론가 크리스틴 매케나가 린치 주변의 인물 100여명을 인터뷰해 집필한 전기이자, 린치가 자신의 삶을 성찰한 회고록이 함께 교차하는 구성이다.

그간 자기 작품 속 사적인 삶에 대한 해석을 경계해 온 린치는 이 책을 통해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만의 세계에 한층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가령 저자는 ‘이레이저 헤드’(1977)가 린치가 필라델피아에서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되며 느꼈던 불안을 왜곡된 이미지로 형상화한 작품이라 설명한다.

그의 대표 컬트 작품인 ‘트윈 픽스’(1990)의 은둔자 해럴드 스미스도 린치 자기 모습을 일부 반영한 인물로 읽힌다. 복간본이지만 초판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 점이 눈에 띈다. 앞표지의 쓰인 ‘꿈의 방’이라는 글씨는 린치가 생전 한국어판을 위해 직접 손으로 쓴 것이다.

▶혁명을 준비하는 시간(갈 베커만 지음·손성화 옮김, 어크로스)=전화도, 철도도 없던 17세기에 지중해를 가로지른 과학자들의 편지부터 19세기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가진 힘을 가르친 청원서, 여성들이 남성들의 언어에서 벗어나 언어를 무기로 바꿀 수 있게 만든 독립 잡지까지…. 세상을 바꾼 혁명은 ‘위험한 생각’을 조심스레 키워 가는 소수의 고요한 대화와 느리고 끈질긴 연결 속에서 태어났다.

저자는 세상을 바꿔 온 급진적 사유의 계보를 추적한 뒤, 현재는 혁명을 준비하는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오면서 인내심, 상상력, 집중력, 깊은 연결이 멸종되고 있으며, 바이럴과 즉시성이 소통의 공간을 잠식했다. 책은 17세기 편지부터 페이스북, 디스코드, X 같은 소셜미디어까지 두루 살피며 새로운 미디어환경 속에서 변혁이 어떻게 다시 가능해질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도화선의 지도를 만들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괴물의 시대(서재정 지음, 창비)=팬데믹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전쟁이 일상화됐고, 유엔과 강대국을 중심으로 유지돼오던 국제질서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패권국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동북아 국제질서 등을 연구해온 저자는 21세기 미국의 패권 전략과 한반도 안보환경 사이의 구조적 딜레마를 체계적으로 진단한다. 저자는 최근 강조되는 ‘힘을 통한 평화’ 안보론이 오히려 안보 딜레마를 심화시켜 선제공격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경고한다.

또 ‘우리의 주적 북한’ 또는 ‘영원한 동맹 미국’ 등 주류 안보담론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즉, 동맹관계가 주적에 의해 굳건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주적관계가 동맹 때문에 강화될 수 있고, 대립의 완화가 동맹관계의 합리적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식이다. 저자는 동아시아 평화위기를 ▷냉전 분단 ▷동아시아 분단 ▷현대 민족국가 분단 등 삼중 분단 체제로 분석하고 평화 체제를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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