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산업 직결, 멈추면 피해 눈덩이”
김영훈 장관 “양측 대화로 해결해야”
노조위원장 “파업시기만 미뤄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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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노사가 사후조정 최종일에도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되면서 총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추가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가 파업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최후 수단인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사진은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헤럴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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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수십조원대 손실은 물론 국가경제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한 만큼 일반 제조업 노사 분규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역시 “파업은 절대 안 된다”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12일 이틀간 정부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사후조정 협상에 나섰으나 이날 새벽 노조 측이 중단을 요청하면서 결렬됐다. 최대 쟁점인 ‘영업이익 15% 성과급·상한 폐지 제도화’를 두고 노조와 사측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중노위가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절충안 초안에는 ▷반도체(DS)·디바이스경험(DX)부문 모두 성과급 상한 유지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2%로 명문화 ▷특별경영성과급은 2026년 매출·영업이익 국내 1위 달성 시에만 지급 ▷DX부문은 특별경영성과급 적용 제외 ▷초과이익성과급(OPI) 주식보상제도 도입 불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사는 핵심 쟁점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오는 21일 총파업 돌입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직접 피해 규모만 20조~3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파업 장기화 시 연간 영업이익 감소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재계와 학계에서는 정부가 ‘최후의 카드’로 꼽히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다.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경우 노동부 장관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발동할 수 있다.
발동 요건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일 때 ▷그 규모가 크거나 성질이 특별한 것이어서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저할 경우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일반적인 노사 갈등 수준을 넘어선다고 판단될 때 정부의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공표일부터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이후 중노위가 즉시 조정 절차에 착수하고, 조정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중재로 회부할 수 있다. 중재재정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기 때문에 노사 어느 한쪽이 반대하더라도 강제 적용된다.
국내에서 긴급조정권이 실제 발동된 사례는 많지 않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이 대표적이다. 제조업 민간 대기업에 적용된 사례는 1993년 현대차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파업이 일반 제조업 분규와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78%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를 웃도는 만큼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증시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461만 소액주주와 1700여 협력업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모두 걸린 문제”라며 “자율 교섭 원칙은 중요하지만 국가 경제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정부가 법적 장치를 활용하는 것도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같은 대규모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 규모를 단순 환산하기조차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라인이 한 번 멈추면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연속 공정 산업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07년 기흥캠퍼스 정전 당시 약 400억원, 2018년 평택캠퍼스 정전 당시 약 5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고객사 신뢰와 납기 일정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 경제적 파급력을 고려하면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은 충분히 갖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삼성전자 갈등은 일반적 임금교섭을 넘어 국가 핵심 산업과 공급망 안정성에 직결된 문제”라며 “긴급조정 필요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단계”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파업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SNS를 통해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기업인 만큼 현재 경영 상황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 양측이 원칙 있는 협상을 이뤄내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이날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정부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또 한 번 대화를 촉구하고 주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는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더라도 투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긴급조정에 들어가도 파업 시기만 조금 미뤄질 뿐”이라며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고 노사관계는 그대로 끝난다고 보고 있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어 “근로자대표의 법적인 권한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행사할 예정”이라며 “적법한 쟁의행위는 문제되지 않는다. 일부 인용이 되더라도 파업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