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슈 없었던 美中…“급한건 트럼프”

양국 정상회담서 이란전쟁 장기화 등에 밀려
전문가 “여력 없는 美…전쟁 끝나야 모멘텀”
북한문제, 중러회담에서 언급될 가능성 커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만났지만 북핵문제나 한반도 문제는 사실상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와 경제 상황 악화로 조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큰 비중을 두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국 베이징 자금성에 있는 정원인 중난하이(中南海·중남해)에서 시 주석과 티타임과 오찬 회의를 끝으로 귀국길에 오른다.

전날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한반도 관련 언급은 포괄적인 수준에 그쳤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양국 정상은 중동 정세, 우크라이나 위기, 한반도 등 주요 국제·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을 뿐 양 정상의 발표 등에서 북한 핵문제나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이는 트럼프 1기였던 지난 2017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당시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고, 백악관은 회담 결과 자료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문구를 명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9년 전과 현재는 미중의 힘의 추 자체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화통신이 보도한 ‘의견 교환’도 사실상 시 주석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에 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란 전쟁 장기화와 미국 내 경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국 방문길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과 동행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구조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은 경제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문제와 이란 전쟁과 관련해 중국과 협력하는 것을 원한다. 지금 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또한 북러관계가 워낙 중요한 상황에서 언급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찾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오히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 있지, 미국과 (대화할) 공간은 없다”고 진단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일각에서 거론된 미중 정상회담 전 북한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도 “그것은 한국의 희망사항”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10년 전 상황과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시 주석은 미국에 대만 문제를 놓고도 경고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이란과도 전쟁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어떻게 대립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명예교수도 “미국과 중국이 한 얘기는 양국 관계와 경제 문제밖에 없다”면서 “중국이 미중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하는데,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이어 “시 주석은 이미 핵 문제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북핵이라는 단어 자체를 쓰지 않는데 무슨 북핵 문제를 논의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란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미국이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뒤따른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력이 없는 것 같다”면서 “전쟁이 끝나면 모멘텀이 생길 순 있지만, 현재로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관계를 견인할 수 있는 동력은 매우 약하다”고 진단했다.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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