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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게티이미지닷컴]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간의 베이징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보잉 항공기 구매와 씨티은행의 중국 증권 영업 허가, 엔비디아 첨단 반도체 판매 승인 등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당초 예상된 수준에 그쳤을 뿐 관세와 희토류, 호르무즈 해협, 인공지능(AI) 안전 규범 등 핵심 쟁점에서는 뚜렷한 돌파구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이에 협력의 모습은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대타협’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을 떠나며 이번 정상회담 기간 체결된 합의를 “환상적인 무역 협정”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투자자와 분석가들은 관세, 이란 문제, 기술 제한 등 핵심 사안에서 구체적인 내용이나 획기적 진전이 부족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NYT는 “이번 회담은 이미 낮아진 기대치마저 충족시키지 못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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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AP] |
가장 뚜렷한 성과로는 엔비디아와 씨티은행이 꼽힌다. 엔비디아 주가는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10곳에 H200 반도체 구매를 승인했다는 보도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중국이 화웨이 등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을 중시하는 만큼 실제 중국 내 판매가 본격화될지는 불확실하다.
씨티은행도 정상회담 전날 중국 증권 영업 허가를 승인받으며 수년간 이어져 온 규제 절차를 마무리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은행 최고경영자(CEO)의 방중이 중국 당국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씨티은행 주가는 관련 소식에 상승했다.
보잉도 항공기 200대 주문을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계약을 직접 언급했다. 그러나 보잉 주가는 개장 전 거래에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구매 규모가 최소 300대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 발표는 이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무역 분야에서는 미중 공동 무역위원회 설립이 유력해 보인다. 워싱턴과 베이징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기구는 항공, 에너지, 의료기기, 농산물 등 여러 분야의 무역 현안을 관리할 전망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해당 기구가 약 300억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가을 한국에서 체결된 미중 관세 휴전이 연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회담이 관계 관리에는 성공했지만 구체적 성과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미중 경쟁에 대해 전반적으로 안도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새 관계 틀로 제시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에 대해 “‘건설적 전략 안정’은 결국 ‘상호 존중’을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엄청난 성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패트리샤 김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도 “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관계가 우호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올해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무역 데탕트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보고 안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중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압박받아온 한국과 다른 미국 동맹국들의 부담도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지금까지 회담에서 나온 경제적 성과는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무역 분야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측이 관계 안정화에는 공감했지만 5개월 뒤 만료되는 무역 휴전 기간 연장에는 합의하지 않았다”며 “향후 정상회담에서 보다 구체적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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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해협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닷컴] |
핵심 쟁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선 미국 기업들이 핵심 희토류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중국이 보장할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반도체, 방산 제품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으로, 중국이 미중 갈등 국면에서 주요 협상 카드로 활용해왔다.
AI 안전 규범과 기술 통제 문제에서도 뚜렷한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첨단 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면서도 자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은 유지하려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자체 AI 반도체와 기술 자립을 강화하며 미국의 규제망을 우회하려 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해협 재개방을 원하며 이란과의 합의에 도움을 줄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딜북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시 주석의 미국·이란 평화 중재 제안을 거부했다고 전하며,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사실상 폐쇄 상태라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과 채권시장 불안이라는 부담을 안은 채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중동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재확산, 미국 국채시장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드러난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 형성에도 주목했다. 징 치엔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이번 회담은 이념보다는 지도자 중심 성격이 강했다”며 “양측의 케미스트리와 상징성, 개인적 유대감 형성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국빈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 유세곡인 ‘YMCA’를 연주한 데 대해 “정치적·상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매우 의도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라일 모리스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도 “공개 행사에서 유난히 긴 악수와 등 두드리기, 발걸음을 맞춰 걷는 장면이 이어졌다”며 “과거보다 훨씬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공개적으로는 화기애애했지만 비공개 회의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의 진짜 승패를 판단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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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천단공원을 함께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 |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는 시 주석이 한층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지 첸 아시아그룹 파트너는 “시 주석은 대만 독립을 향한 어떤 움직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회담 초반부터 이를 ‘레드라인’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캠벨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안심시키는 발언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의 우려를 이해하고 이를 관리하려는 태도는 보였다”고 평가했다.
북한 문제에서 별다른 결과물이 없었던 점도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크로닌 의장은 “북한 대응과 관련해 명확한 진전 신호를 기대했던 한국으로서는 실망스러운 부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올해 내내 이어질 연속적 협상 과정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이어 올가을 시 주석의 미국 답방 가능성도 거론된다.
캠벨 회장은 “이번 회담은 올해 내내 이어질 과정의 일부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며 “두 정상 모두 고위급 소통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