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쉬었음’ 역대 최대…경총 “해고 쉽게 해야”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각 기업의 채용공고문을 살피고 있다. [연합]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국내 고용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에 대해 강력한 경고등을 울리며, 시장 유연성 확보와 임금체계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외형적인 고용 지표는 확대되고 있으나, 속사정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과 양극화로 인해 국가 성장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총이 17일 발표한 ‘최근 고용 흐름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 고용시장은 K자형 고용 양극화 심화, 20·30세대 ‘쉬었음’ 인구 역대 최대, 노동 이동성 저하라는 세 가지 구조적 불균형 특징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신산업과 대기업, 상용직 및 60대 이상의 고용은 늘어난 반면, 전통산업과 중소기업, 임시일용직 및 60대 미만의 고용은 줄어들면서 고용의 K자형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경총은 이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화가 소득 불평등을 낳고 소비를 위축시켜 국가 전반의 성장 기반을 약화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20·30세대 가운데 일할 의사 없이 그냥 쉰 ‘쉬었음’ 인구는 71만 7000명에 달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총은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 이탈한 청년층 규모가 70만 명을 상회하면서 국가 성장잠재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중소기업과 임시·일용직에서 이탈한 청년층이 ‘쉬었음’ 상태로 유입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 청년 취업난이 단순한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고용의 질 및 유지와 연관된 구조적 문제인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지난해 노동이동률은 9.8%로 하락세를 이어갔는데, 이는 기업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근로자는 고용시장 위축에 따라 위험을 회피하려 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경총은 노동시장 구조 개선 방안으로 고용 유연성 확대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전환, 사회안전망 강화를 적극 제시했다. 우선 노동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특정 일자리 보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근로자의 이동과 재배치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절차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기업의 인사 운영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고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근로 시간 단축과 정년 연장 등 특정 계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경직된 규제를 완화해 노동시장 전반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금체계와 관련해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기존 호봉제 대신 직무 가치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용 형태와 기업 규모에 따른 과도한 임금 격차가 노동이동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원활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현재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필요한 근로자 과반 ‘동의’ 규정을 ‘의견 청취’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경총은 고용 유연성 확대와 함께 ‘유연안정성(Flexicurity)’ 원칙에 기반한 사회안전망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연안정성은 기업에는 해고 규제 완화와 임금체계 개편 등 인력 운용 유연성을 부여하고, 근로자에게는 실업 시 소득 보전과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는 구직급여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직업훈련과 취업 알선 기능을 강화해 재취업 연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철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고용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K자형 양극화 등 구조적 불균형은 심화하고 있다”며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과 노동 이동성 둔화는 성장 동력을 제약할 수 있는 위험 신호인 만큼 고용시장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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