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좋아하는 여중생들이 대하소설 집어 든 까닭은?

장안여중, 대형 독서 프로젝트 가동
김진명 ‘세종의 나라’ 200부 들여와
“호흡 긴 대하소설 읽으며 자존감도↑”

 

유동숙 장안여중 교장(사진 맨 왼쪽)이 교내 학생과 선생님들과 함께 역사 대하소설 ‘세종의 나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타북스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숏폼에 익숙해진 여중생들이 호흡이 긴 대하소설을 집어 들었다.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교육계의 최대 쟁점이 된 상황에서 대하 역사소설을 활용한 독서 프로젝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9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소재 장안여중은 최근 김진명 작가의 신작 역사소설 ‘세종의 나라’ 200부를 들여왔다. 대하 역사소설을 활용한 전교생 독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장안여중의 독서 권장 프로그램은 3학년 전체를 시작으로 2학년, 1학년 순으로 전교생이 순차적으로 책을 읽은 후 교내 독서감상문 대회에 참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어휘력과 독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획됐다.

장안여중 교육연구부장 이종민 교사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기본적인 사회·국어 용어조차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15초짜리 숏폼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시선을 활자에 길게 잡아두는 것이 현장의 최대 고민”이라며 “호흡이 긴 두 권짜리 역사소설을 끝까지 읽어내는 성취감을 한 번이라도 맛본다면, 문해력은 물론 아이들의 자존감까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안여중에서 여러 청소년 권장 도서 가운데 ‘세종의 나라’를 택한 것은 ‘한글’이라는 소재의 익숙함과 함께 소설 주제의 교육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유동숙 장안여중 교장은 “(‘세종의 나라’는) K-문화의 뿌리인 ‘한글’의 위대함과 우리의 민족적 자부심을 막힌 속이 뚫리듯 통쾌하게 느끼게 해준다”며 “‘대하 역사소설’이라는 장르에 막연한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흥미진진한 서사에 빠져들어 마지막 장까지 넘겨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어 담당 신병준 교사도 “단순히 한글 창제라는 역사적 지식을 넘어, 글을 모르는 백성에게 기득권의 전유물이었던 문자를 나누어 주려 한 세종의 애민 정신과 민주 의식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있어 여중생들도 진입 장벽 없이 깊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대하소설을 마주한 학생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긍정적이다. 장안여중 학생회장을 맡은 연가은 학생은 “처음엔 모르는 단어들도 꽤 있어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면서도 “하지만 친구들과 다 같이 읽다 보니 재미있는 장면을 공유하며 공감대가 형성돼 훨씬 수월하게 읽힌다”고 말했다.

장안여중은 교내 독서감상문 대회를 마친 뒤, 올해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진행될 전국 규모 ‘세종의 나라 국민 독서감상문 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 대회는 초등부·중학부·고등부 각 부문 1등 학생에게 교육부 장관상을 수여한다. 또 초·중·고 각 부문 1개교씩을 선정해 ‘전국 으뜸 독서 학교상’과 함께 2000만 원 상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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