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vs 非반도체’ 내분 봉합 과제…“한가족 삼성, 회복 관건” [삼성전자 노사협상 극적 타결]

협상 과정서 ‘노사갈등’·‘노노분열’ 심화
특별성과급은 반도체만…DX는 600만원
메모리 vs 非메모리도 합의안 반응 엇갈려
안팎서 “소모적 대립 멈추고 협력을” 주문
주주단체 “잠정합의안 위법…무효 가처분”


삼성전자 노사가 간밤 총파업 시작 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 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통과되면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넘게 이어진 노사갈등도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에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수원=임세준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개시까지 불과 1시간 30분을 앞두고 극적 타결에 이르며 반도체 대혼란은 피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노사(勞使) 갈등’과 ‘노노(勞勞) 분열’ 봉합은 남은 숙제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가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위법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노사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지난 16일 급거 귀국하면서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다.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당부했지만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극적으로 노사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만큼 앞으로 노사관계 회복과 파업 리스크 해소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이번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 중심 합의에…비반도체 조합원 대표 면담 요청=21일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이번에 신설된 특별성과급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임직원에 한정됐다. 모바일·가전·TV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임직원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만 계속 적용받는다. 이번 노사 타결을 기념해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 그나마 새롭게 추가된 항목이다.

DX부문 임직원들은 지난 2년간 반도체 사업이 최악의 부진을 겪을 때 스마트폰, TV, 가전제품으로 회사를 지탱해온 점을 강조하며 이번 반도체 중심의 임금교섭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번 성과급 투쟁을 전면에서 주도한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는 7만명이 넘는 조합원을 확보하며 단독 과반노조 지위를 가졌지만 DS부문의 목소리만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초기업노조 DX지부를 새로 만들자”라는 의견까지 나오며 두 쪽으로 갈라졌다. 임금교섭에서 DX부문 임직원의 처우개선 논의가 배제됐다는 불만이 커지자 급기야 DX부문 임직원 중심의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 노조)은 지난 20일 노태문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동행 노조는 “DX부문 배제 등으로 회사의 대책이 시급하다”며 “(면담 요청에 대한) 회신이 없을 경우 (노태문 대표이사를) 직접 찾아뵙겠다”고 밝혀 향후 노사 갈등은 DS부문을 넘어 DX부문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반도체·비반도체간 소송전 지속=앞서 동행 노조는 초기업노조 측에 DX부문 임직원 처우 개선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조정에서 함께 다뤄줄 것을 요구했지만 초기업노조는 “안건 추가는 사측에 ‘불성실 교섭’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 18일 노조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협상)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 고민을 해봅시다. DX 솔직히 못 해먹겠네요”라며 DS와 DX 간의 극심한 갈등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도체와 비(非)반도체 임직원 간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DX부문 조합원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2026년 임금·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 합의에 앞서 같은 날 오전 해당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 기일을 열었다. 재판부가 “금요일(22일) 중 결정은 어려울 수 있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으나 교섭이 극적 타결돼 법원 결정이 이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초기업노조의 대표성을 두고 내부에서도 불만이 커진 가운데 오는 22일부터 진행하는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린다.

이미 DX부문 내에서는 초기업노조가 가져온 합의안에 대해 “부결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어차피 재협상해도 DX 처우는 제외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안에서도 온도차…“노사 기금 만들어 상생방안 찾아야”=DS부문 내 메모리사업부와 비메모리사업부 간의 온도차도 감지된다. 메모리사업부가 역대급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의 보상 수준은 이번 노사 교섭의 최대 쟁점이었다.

로이터도 이번 노사 갈등의 핵심 원인으로 수익성 높은 메모리사업부와 적자를 내는 비메모리사업부 간의 성과급 배분 문제를 언급했다.

초기업노조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사업부 임직원이 메모리사업부와 비슷한 수준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회사 측이 성과주의에 기반한 보상 원칙을 고수하면서 내년부터 적자 사업부는 차등 지급키로 했다.

아울러 교섭 과정에서 극심하게 대립하며 깊은 갈등의 골을 드러냈던 노사관계가 빠르게 봉합될 지도 관심이다. 노사는 수차례 자율 교섭으로도 접점을 찾지 못해 결국 정부가 직접 중재에 나서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1·2차 사후조정이 모두 결렬돼 사태를 총파업 직전까지 몰고 갔다.

노사는 타결 직후 그동안 혼란을 야기한 것에 고개를 숙이며 건강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 등 노사 공동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과급 지급은 경영진의 결정이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노조의 몫이다. 일종의 기금을 만들어 상생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나아가 협력업체에서도 문제 제기할 가능성이 큰데 노사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은락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도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노사관계가 소모적 대립에서 벗어나 신뢰와 협력으로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를 함께 지켜 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일·이정완·한영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