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샤워기는 사기’ 저격한 사망여우…법원 “허위사실, 1000만원 배상” [세상&]

사망여우, 샤워기 제조업체 저격해 “사기 기업”
법원 “소비자 기망하지 않았다…허위 사실”
영상 삭제와 함께 손해배상 1000만원 판결

유튜버 사망여우TV. [유튜브 사망여우TV 채널 캡처]

“2억 5000만원…3000명을 속이고 있는 샤워기”
“끝없는 사기제품 끝까지 참교육합니다.”

-유튜버 사망여우TV가 올린 A기업 저격 영상 내용 중 일부-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참여한 기업에 대해 “사기”라며 저격한 구독자 128만 유튜버 사망여우TV(본명 김도형)가 해당 기업에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저격 영상’에서 “논문을 조작했다”는 부분이 허위사실로 판단되면서 업무방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부천지원 1민사부(부장 조정민)는 샤워기 제조회사 A기업이 사망여우TV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A기업 측 일부 승소로 지난달 17일 판결했다.

법원은 사망여우TV가 올린 A기업 관련 영상 9개 중 5개를 판결 확정일 이후 일주일 내로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동시에 “A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침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며 사망여우TV가 해당 명령을 어길 경우 1일당 50만원씩 A기업에 지급하라고 했다. 다만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해당 영상은 아직 지워지지 않은 상태다.

사건은 지난 2019년 12월께 사망여우TV가 A기업의 샤워기 제품을 저격하는 내용의 영상을 9차례 올리면서 불거졌다. 영상에서 사망여우TV는 “A기업이 허위 광고로 소비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있다”, “논문을 조작했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 “세정력·분해력·살균 등 효과는 모두 거짓이다”라고 주장했다.

영상이 나간 뒤 양측은 진실공방을 벌였다. 양측 모두 각종 논문, 실험 결과 등을 제시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그 사이 A기업은 막대한 재산적 피해를 입었다. A기업 주장에 따르면 홈쇼핑 진출 무산, 크라우드 펀딩 중단, 반품 및 환불 등으로 30억원에 달하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

A기업은 지난해 2월, 사망여우TV를 상대로 1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기업은 “사망여우TV의 주장대로 논문을 조작한 사실이 없다”며 “해당 샤워기엔 실제 과학적 효과가 있는데도 사망여우TV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업무방해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했다.

1심 법원은 A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법원은 “학계에서도 관련 논쟁이나 연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할 때 해당 샤워기의 효과는 논쟁적인 과학적 사실로서 진위가 한쪽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전제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망여우TV가 해당 샤워기의 과학적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 자체는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했다. 법원은 “해당 표현은 단순한 의견·논평의 범주에 있다”며 “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사망여우TV가 다소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유튜브는 공적인 매체가 아니라 누구나 비교적 자유롭게 동영상을 게재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해당 샤워기의 과학적 효과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수사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건 저격 과정에서 사망여우TV가 사용한 “논문을 조작했다”는 부분이었다. 법원은 “A기업이 해당 논문을 조작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표현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1심은 “이 사건 논문엔 해당 샤워기가 발생시킨 자기장이 증류수와 소금물의 ph를 증가시켰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해당 샤워기의 효능에 관한 부분이 맞으므로 조작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망여우TV 측은 “해당 동영상을 게재한 주요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사망여우TV가 해당 부분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노력을 별달리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해당 표현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기존 발언을 정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손해배상액은 1000만원으로 제한됐다. 법원은 “해당 동영상이 A기업의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재산상 손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대신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재산상 손해액의 확정이 불가능한 경우 위자료를 증액할 수 있다”며 위자료를 1000만원으로 정했다.

법원은 “A기업이 나름대로 제품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고의로 소비자를 기망(欺罔·속이다)했다고 보이지 않는데도 사망여우TV가 ‘사기업체’, ‘사기꾼’ 등으로 지칭해 매출액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위자료를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사망여우 측에서 지난달 29일 항소해 2심이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에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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