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MOU 체결 임박…60일간 핵협상 팽팽한 ‘줄다리기’ 예고

핵의제 두고 양국 이견차 뚜렷
美 ‘확약’ vs 이란 ‘단순 의제화’
60일내 합의 비관적 전망 우세
2015년 JCPOA 타결까지 수년

미국과 이란이 휴전 60일 연장,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없이 개방 등을 골자로 한 합의안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오만 북부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선박 모습. [AFP]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미국과 이란이 휴전 60일 연장,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없이 개방 등을 골자로 한 합의안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연장된 휴전기간동안 핵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MOU 체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주변 주요 국가 지도자들과 의견을 나눴고 이란 외무부도 확정을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히면서 일단 체결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전한 MOU 초안 내용에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으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및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 폐기에 대해 협상하겠다는 약속이 포함돼 있다.

이란은 중재자들을 통해 농축 중단 및 핵물질 포기와 관련해 자신들이 어느 정도의 양보를 할 의향이 있는지 그 범위에 대한 구두 약속을 미국에 전달했다는 게 미국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일단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방침은 오래 전부터 공식적으로 견지해 오던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미 2003년에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이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파트와(이슬람 율법학자가 이슬람 법이나 교리에 관해 내리는 공식적 종교적 의견)로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는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이를 금지했다.

문제는 핵 농축 유예 기간과 준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반출 등 구체적 조치와, 이에 맞물려 진행돼야 할 대(對)이란 제재 해제가 과연 순조롭게 진행될지다.

아직 MOU 내용이나 체결 여부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측과 이란 측 관계자들의 말이 단순한 강조점 차이를 벗어나서 외견상 모순될 정도로 상이하다.

이 때문에 MOU가 체결되더라도 이란 핵 문제에 대한 향후 합의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한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 2명의 발언에 따르면 이란 측은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포기하기로 확약했으며 이 점이 합의 초안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란 정부 고위 공무원 3명이 NYT에 전한 바에 따르면 이번 합의 초안에는 이란의 핵 계획을 어떻게 할지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없으며, 다만 30일 내지 60일 내에 모든 핵 문제를 논의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포함돼 있다.

핵물질 관련 합의는 고도의 기술적 검증과 사찰을 통한 검토와 확인이 필요하므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며, 60일 내에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JCPOA 전에 2013년 체결된 초기 단계의 ‘공동행동계획’(JPOA), 이른바 ‘제네바 잠정합의’의 경우 임시 합의에 불과한데도 합의안 도출에만 6개월이 걸렸고, 그 후로도 검증을 위해 시한을 6개월 더 연장해야 했다.

그 후 무려 20개월간의 마라톤 협상을 거치고 나서야 2015년 본합의인 JCPOA가 타결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미국이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후 이란 내에서는 미국의 합의 이행 의지와 신뢰성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불신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측의 ‘비가역적 조치’가 확실히 검증된 후에야 대이란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이란 당국은 언제든 번복될 수 있는 미국의 ‘가역적 제재 완화’ 약속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맞설 경우, 과연 협상이나 합의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불확실하다.

그러나 현재 이란이 보유한 ‘무기급에 근접한’ 60% 농축 우라늄은 440㎏에 이르는 데다가, 올해 초 정권을 승계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이를 이란 밖으로 반출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밝힌 바도 있어 처리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 준무기급 재고 중 상당량은 최근 미국 등의 폭격을 당한 이스파한 지하 핵시설에 있기 때문에, 잔해 아래에 깔린 시설 내부로 진입해 이를 발견하고 검증하는 물리적 과정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이번에 MOU가 체결된다고 해도 60일 내에 최종 핵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60일 기한이 만료될 즈음에 상호 동의하에 이 MOU를 계속 연장해 나가면서, 양측이 파국을 피하는 사실상의 ‘장기 잠정 합의’ 상태가 꽤 오래 계속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란 관영 매체가 양국의 합의 내용을 일부 언급하며 상호 공격 자제 방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파르스(FARS) 통신은 이날 미국과 이란 간의 잠재적 양해각서(MOU) 초안에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란과 그 동맹국들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보도했다.

파르스 통신은 또 그 대가로 이란 역시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해 어떤 선제적 군사공격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은 현재까지 합의안 내용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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