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어보고파”…문화로 하나된 한·아프리카 [아프리카 데이 2026]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아프리카 데이 2026에서 한-아프리카 전통의상 패션쇼. 패션쇼 모델들이 배경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며 춤을 추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경예은 기자] “This time for Africa! (아프리카를 위한 순간)”

아프리카 국가의 전통 의복을 입은 모델들이 리듬에 맞춰 힘차게 런웨이를 가로질렀다. 역대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된 2010년 FIFA 월드컵의 주제가, 가수 샤키라의 ‘와카와카’가 흘러나왔다. 모델들이 예정에 없던 춤을 선보이자 행사장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한복을 입은 한국인 모델도 리듬에 몸을 맡겼다. 어느새 주요 참석자들도 무대에 올라 다 함께 춤을 즐겼다. 관객들은 휴대폰으로 무대를 촬영하며 환호했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아프리카 데이 2026’은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문화로 하나가 된 축제의 장으로 진화했다. 참석자들은 각국의 전통 의복과 음악, 음식을 나누며 빠르게 가까워졌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참석자들과 함께 패션쇼 무대에 오른 한복 모델 김혜련(37) 씨는 “무대에서 흥이 오르셨는지 춤을 추셔서 저도 따라서 함께 췄다”며 “이번 행사에 참석하면서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실제로도 너무 가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알제리 참석자들과 함께한 모델 이소라(41) 씨도 “아프리카 국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함께 무대에 서니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친근감이 생겼다”고 했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아프리카 데이 2026에서 한-아프리카 전통의상 패션쇼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날 행사는 시작 전부터 인파가 몰렸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기로 장식된 메인 포토월 앞은 기념사진을 촬영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행사장 내 복도에 설치된 국가별 부스는 각국의 대표적인 음식과 공예품 등 특산품으로 채워졌다. 각국 대사관 관계자들은 부스를 찾은 이들에게 자국의 문화를 설명했다. 셀루아니 아멜 주한 알제리 대사관 주재관은 현지 여성들의 필수품인 ‘블리따’를 보여주며 “이건 55년 정도 된 빈티지다. 할머니부터 어머니, 딸에게까지 전해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패션쇼가 메인 행사였던 만큼 참석자들은 화려한 전통 의복 차림으로 자리를 빛냈다. 하젬 자키 주한이집트 대사가 정원주 헤럴드·대우건설 회장의 한복에 관심을 보이자, 정 회장은 “태극 문양의 색을 의미하는 빨강과 파랑색”이라고 화답했다. 자키 대사는 “저도 이런 의상을 입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아프리카 데이 2026에서 참석자들이 행사 시작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계 거장 이상봉 디자이너도 참석했다. 한글을 프린트한 셔츠에 르완다 대사관으로부터 선물 받은 흰색 전통 의복을 둘렀다. 이 디자이너는 “35년 전 케냐를 시작으로 에티오피아, 모로코 등 여러 아프리카 국가를 다녀왔다”며 “아프리카 국가의 원시적이면서도 순수한 문화가 한국에 더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유명 인플루언서 황유진(31·레이첼) 씨는 실크 소재의 빨간색 민소매에 검은색 저고리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황 씨는 “모던 한복 느낌으로 입고 왔다”며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더 많은 문화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아프리카 데이 2026에서 쿨레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상섭 기자

패션쇼에 이어진 문화공연에서는 타악·무용그룹 쿨레칸이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를 활동한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심장 소리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리듬에 맞춰 화려한 춤사위가 돋보였다. 뒤를 이어 아이돌 그룹 블랙스완의 세네갈 출생 보컬 파투가 ‘나의 목소리(My Own Voice)’ 무대를 펼쳤다.

무대의 열기는 한국 사물놀이패 냄뚜가 등장하며 더욱 고조됐다. 냄뚜는 북과 장구, 꽹과리 박자를 따라 한 치 오차 없는 상모돌리기를 선보여 환호받았다. 쿨레칸과 냄뚜의 합동 공연 ‘리듬과 걷다(Walking with the Rhythm)’에서는 한국과 아프리카가 고유한 리듬을 주고받으며 마치 대화를 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아프리카 데이 2026에서 사물놀이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상섭 기자

무대는 서도밴드의 보컬 서도가 부르는 강강술래에 맞춰 쿨레칸과 냄뚜, 밴드 멤버들이 함께 참여하는 ‘판(Pann)’을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의 아티스트뿐 아니라 참석자들도 음악을 매개로 하나가 됐다. 마지막 무대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일어나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가나 출신의 방송인 샘 오취리 씨는 “제1회 행사 때부터 꾸준히 가나를 대표해 참석하고 있다”며 “오늘은 패션쇼가 특히 아름다웠고, 준비된 공연도 소리부터 퍼포먼스까지 완벽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의 주재국인 르완다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마롱호 모세 씨는 “아직 아프리카 국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행사”라며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아프리카 데이 2026에서 서도밴드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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