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국·44팀 작가, 다학제적 작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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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부산비엔날레’ 전시 장소인 스페이스 원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소리와 몸, 움직임이 함께 공명하면서 이 힘겨운 시대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들의 독특한 기법들을 한데 모은 예술적 실천들로 합창을 만들어 이전과 다른 방식의 감정 공유를 모색했습니다.”
아말 칼라프 ‘2026 부산비엔날레’ 공동 전시감독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비엔날레 기획 의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에블린 사이먼스와 아말 칼라프 공동 전시감독이 이끄는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불협하는 합창(Dissident Chorus)’이라는 주제로 오는 8월 29일~11월 1일 부산현대미술관, 스페이스 원지, (구)부산남고등학교 등지에서 개최된다.
‘불협하는 합창’은 서로 다른 목소리와 리듬이 쌓이며 집단적 울림을 형성하는 다성적 악보를 이룬다. 조화보다는 차이와 긴장, 공명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올해 비엔날레는 예술적 실천의 측면에서 예년과 차별점을 갖는다. 이날 공개된 23개국 44팀(47명)의 참여 작가들은 주로 공동 집단,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다. 에블린 전시감독은 “사운드,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학제적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관람객이 하나의 대상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경험으로서 비엔날레를 즐길 수 있는 측면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두 전시감독은 언어와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에 지식을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나아가 예술을 사회적 담론과 연결해 운동, 정치적 참여로 확장할 수 있을지 모색했다.
에블린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함께 살펴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민주화운동의 역사, 노동운동의 역사를 함께 담았다”면서 “그동안 억압됐던 목소리를, 작가들을 통해 드러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부산현대미술관 외에 폐창고인 스페이스 원지, 폐교인 부산남고등학교 등을 전시 공간으로 선정한 것도 역사와 생태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조직위원회에서 제일 고민한 게 장소성이었다. 국제도시로서 부산을 재발견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선정하고자 구도심을 찾아다녔다”며 “스페이스 원지는 100년 전 부산의 선박 수리 창고를 개조한 공간이고, 부산남고등학교는 영도의 인구 소멸로 고등학교가 신도시로 이동하면서 올해부터 비게 된 학교다. 도시 이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창의성과 담론, 문화 생태계의 지각, 도시를 움직이는 힘 등이 비엔날레의 힘”이라며 “국제비엔날레는 여전히 문화 엔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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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6 부산비엔날레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김현경 기자] |
세 개의 전시 공간은 각각 전시를 구성하는 ‘3개의 악장’으로 기능한다. 1악장인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생태적 경계에서 돌봄과 재생,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실천을 연다. 2악장인 영도 스페이스 원지는 항만의 시간과 바다의 낮은 주파수 속에서 노동과 이동, 저항의 노래와 수중의 상상력을 호출하며, 3악장인 (구)부산남고등학교는 배움과 교육, 아직 형성 중인 미래를 다시 묻는 리허설의 장으로 전환된다. 세 개의 악장은 서로 다른 리듬의 전시로 부산이라는 도시 전반에 하나의 집단적 울림을 전달한다.
이번에 공개된 참여 작가 44팀 중 한국 작가는 강서경, 듀킴, 박현성, 조은지 등 11팀이며 필리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와 영국, 미국, 프랑스, 벨기에 등 서구권의 작가들이 고루 참가한다. 현재 조율 중인 5~7팀이 포함된 최종 작가 명단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필리핀 태생으로 현재 벨기에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슈아 세라핀은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에 참가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은 작가다. 춤과 퍼포먼스를 통해 우주론, 정체성, 이주, 퀴어 정치학, 몸의 존재 방식을 탐구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카날-퐁피두 센터와 공동 제작하는 신작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
독일 유학 후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현성은 금속과 천 등 이질적인 물성을 충돌시키며 ‘불안한 상태의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질성과 연극적 긴장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낼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미나하사 출신의 나타샤 톤테이는 토착 신화와 조상 의식, 냉전기의 반란과 군사주의의 기억 등을 교차시키며 주변화된 존재들의 서사를 탐구해 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다에서 실종됐다 돌아온 아버지의 경험담과 미나하사 지역의 전통 의례, 여성 전사의 서사를 엮어 역사와 신화, 젠더와 권력이 교차하는 영상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에릭 보들레르는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영화 제작자, 정치학자로 사진, 영상, 설치,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리서치 기반 작업을 전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학생들이 촉각, 경청, 서술, 인식을 재구성하는 과정, ‘듣는 기쁨’을 통해 감각의 다원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인다.
에블린과 아말 전시감독은 “이번 비엔날레가 관람객들이 잠시 속도를 늦추고, 함께 머물며 서로의 존재를 감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추출적인 이미지와 폭력적인 언어, 감시가 넘쳐나는 오늘의 세계에서 시각적인 것에서 한 걸음 물러나 소리, 몸의 감각, 시적인 경험, 쉽게 포착되거나 드러나지 않는 것들에 귀 기울이고자 한다. 작품에 너그럽게 감싸 안기며 위로와 저항, 연대의 감각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