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고, 퉁퉁 붓고…결국 ‘사지마비’ 된 딸, 그날 병원에서 무슨 일이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회원 전용 콘텐츠 ‘메디컬 생존 게임’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헤럴드경제는 법무법인 오킴스와 함께 다양한 의료분쟁 판례를 분석하고, 다윗이 어떻게 해야 골리앗을 이길 수 있을지 톺아보려 합니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메디컬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메디컬 생존 게임 본편은 월 2회(격주 화요일) 헤럴드경제 홈페이지를 통해 연재됩니다.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더 생생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보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양악수술 환자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 사지마비 환자가 됐다. 도무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불행이 가족을 덮쳤지만, 가족은 어디에서도 위로받지 못했다.

불행의 시작은 지난 2020년 1월 17일이었다. 외부 의료기관에서 양악수술을 받고, 이튿날 퇴원했던 A씨는 좀처럼 멈추지 않은 입과 코의 출혈, 얼굴 부종으로 같은 해 1월 19일 새벽 6시 36분께 부산대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부산대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한 산소 포화도 측정에 들어갔다. 입과 코에서 출혈이 계속될 경우, 흘러내린 피가 목구멍 뒤쪽(기도) 넘어가 호흡 곤란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도를 확보하기 위한 석션(흡입·기도 확보를 위한 의료행위)도 진행됐다. 이윽고 A씨의 호흡 곤란은 잦아들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A씨에게 기도 폐쇄 증상(붓기 및 호흡 곤란)이 나타났고, 산소 포화도는 46%까지 떨어졌다가 정상(일반 산소 포화도 95~100%)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부산대병원 의료진은 심전도 측정, 호흡기 치료기(네뷸라이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입과 코로 호흡이 불가능했던 A씨 경과에 따라 기관절개술을 시행하려 했고, 목구멍 전용 내시경 검사(후두경 검사)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수동식 인공호흡기구, 석션 시행, 응급 소생 물품 구비 등이 차례로 이뤄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20년 1월 19일 오전 10시께 부산대병원은 A씨에 대한 심폐소생술을 중지했다. A씨가 저산소성 뇌손상 후 사지마비, 뇌전증 등 진단을 받기까지 채 ‘네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예뻐야 할 나이에 A씨는 평생 누워 살아야 할 환자가 됐다.

A씨 부모의 절규 “양악 수술 합병증 고려 안 했나”

생때같은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겼다. A씨가 양악 수술을 받은 후 입과 코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았던 만큼, 합병증을 염두에 뒀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호흡 곤란과 과다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A씨 가족은 ▷부산대병원이 A씨 기도 폐쇄 증상 발생까지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A씨가 응급실에 내원한 지 세 시간이 지나서야 후두경 검사를 시행한 점 ▷후두경 검사 시행 시 응급 상황 준비 미비 ▷응급 처치를 제때 하지 않음에 따라 A씨가 심정지에 이른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쉽게 말해 부산대병원의 진료상 주의의무 위반을 주장한 것이다.

또 부산대병원이 응급실 내원 당시 A씨에게 기도 폐쇄 등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면,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동해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응급실에 내원한 지 ‘두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야 기도 폐쇄 위험성, 사망 가능성 등을 구두로 들었다.

이에 대해서는 부산대병원의 설명 의무 위반을 주장했다. 하지만 어려운 싸움의 결말은 모든 주장에 대한 기각이었다.

법원 “응급 발생 예상 어려워…손해배상 모두 기각”

법원 로고. [연합]

부산지방법원서부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동희)는 A씨와 가족의 ‘6억원’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핵심은 기도 폐쇄 발생을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병원 측의 대처가 적절하지 않은 조치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의료분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 대법원 판례가 등장한다.

첫 번째는 ‘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당시 의료 수준에 비춰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년 12월 29일 선고)’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의료행위의 고도의 ‘전문성’으로 인한 특수성, 이에 따른 의사-환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인정하면서도,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4년 9월 27일)’라는 내용이다.

이를 기초로 법원은 부산대병원이 진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A씨 응급실 내원 이후 산소 포화도 측정을 시작한 점, 산소 포화도 측정 결과 100% 및 호흡 곤란 증상이 확인되지 않은 사례도 있는 점, A씨가 산소 흡입 중 제자리 배뇨를 하지 않고 화장실을 다녀온 점, 응급실 내원 후 두 시간가량 호흡 이상 증상이 없었던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부산대병원이 A씨의 기도 폐쇄 발생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나아가 타 의료기관의 사실조회회신결과를 인용해 응급실 내원 당시 호흡 곤란이나 정지가 온 상태가 아니라는 점, 기도 폐쇄가 이미 진행됐을 것이란 건 사후 관점에서 평가라는 점 등도 고려됐다.

동 병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따라 기도 폐색 예방을 위한 기도 삽관의 경우 기도 부종으로 인한 실패 확률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시행했더라도 기도 폐색 등을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적절한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후두경 검사 당시 응급 상황 대처가 미비하다거나 응급 처치 과실 여부 등에 대해서도 적잘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세부적으로 산소 포화도 측정 결과가 46%로 낮아졌을 당시 석션 시행 및 응급 소생 물품 준비, 심전도 측정 후 산소 흡입 경로 변경, 기관절개술 예정 및 물품 준비 언급, 수동식 인공호흡기구 사용, 심폐소생술 지속 등 일련의 행위를 인정했다.

이외에도 산소 포화도 감소가 석션 후 해소됐다는 점을 들어 후두경 검사가 기도 폐색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을 물리쳤다.

설명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A씨가 응급실 내원 당시 기도 폐쇄 등 응급한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웠다”며 “부산대병원 의료진에게 위와 같은 응급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어 부산대병원이 A씨 기도 폐쇄 증상이 확인되자 응급조치를 즉시 시행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의사가 A씨 어머니에게 삽관이 어려운 상황으로 시술이 필요한 데 합병증 및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설명한 점, A씨 응급 상황 확인 후 관련 설명을 진행했다는 점 등도 인정됐다.

조진석 변호사 “결과의 중대성 주장, 과실 추정의 한계”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 [법무법인 오킴스 제공]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사지마비라는 결과의 중대성 주장만으로 의사의 과실을 따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조언했다. 의사의 과실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뒤따라야 한다.

앞서 상술했듯 대법원 판례가 의료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과실 증명의 책임은 환자를 통하도록 한다는 점을 곱씹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할 때는 의료행위 당시 수준에 맞는 구체적 주의의무의 존재 및 위반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가 의사의 과실로 인한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소송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의료과실 분쟁에서 결과의 중대성만을 근거로 한 과실 추정의 한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판결”이라며 “임상의학적 표준에 비춰 의료진이 시행한 개별 대응조치의 의학적 타당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해당 시점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가 시행되지 못한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주장과 증명이 모자랄 경우, 의료 행위와 관련해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책임이 부정되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