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겹 쌓아도 성능저하 없다” KAIST, 차세대 2차원 소재 개발

- KAIST-오레곤 대학, 고성능 전자소자·에너지 소재 새 설계 전략 제시


문상원(오른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 이재경 KAIST 학생, 박근찬 포항공고대학교 학생, 박선아 KAIST 교수, 크리스토퍼 헨든(왼쪽 상단) 오레곤대학교 부교수.[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제안되어 왔던 2차원 전도성 금속-유기 구조체의 고유 전자구조를 실제 물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이를 활용하면 차세대 전자소자와 양자소재의 실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화학과 박선아 교수 연구팀이 미국 오리건대학교 크리스토퍼 헨든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층간 간섭은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전기전도도를 유지하는 새로운 2차원 전도성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2차원 소재는 원자 수준으로 얇아 전자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와 양자소재의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실제 활용을 위해 여러 층이 쌓이면 층과 층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에 전자의 움직임이 방해받아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층과 층이 서로 직접 간섭하지 않도록 ‘각도’에 주목했다. 새롭게 설계한 분자 구조는 여러 층이 쌓여도 각 층이 일정한 각도로 배열되도록 해 면과 면이 직접 맞닿는 것을 최소화했다. 이는 여러 장의 카드를 완전히 포개지 않고 살짝 비틀어 쌓아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그 결과 층간 상호작용이 줄어들고 전자가 보다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트립티센(Triptycene) 기반 분자를 설계하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2차원 전도성 MOF 소재를 합성했다.

차세대 2차원 전도성 소재 개발 모식도.(AI 생성 이미지).[KAIST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물질은 여러 층이 쌓인 상태에서도 단일층과 유사한 전자 구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자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특수한 전자 구조(kagome 격자의 디랙 밴드 구조)를 그대로 보존했다. 이는 전자가 복잡한 장애물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듯 이동할 수 있게 해 높은 전기전도도를 구현하는 데 유리한 구조다. 따라서 지금까지 단일층에서만 구현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전자 구조가 실제 여러 층이 쌓인 벌크 소재에서도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실제 이 소재는 별도의 도핑(불순물을 넣어 전기적 특성을 높이는 공정) 없이도 0.58 S/cm의 높은 전기전도도를 보였다. 이는 층간 간섭을 줄이면서도 우수한 전기적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쌓이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2차원 소재의 오랜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일층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우수한 전자 특성을 실제 소재에서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초 연구를 실용 기술로 연결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선아 교수는 “전도성 다공성 소재를 활용하는 센서나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단일층 또는 수층 수준으로 박리하여 차세대 전자소자와 양자소재 플랫폼으로 응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에 4월 8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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