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 24시] 정의선, 르망서 제네시스 홍보맨·응원단장 자처…‘럭셔리’ 넘어 ‘고성능’으로

첫 르망 24시간 현장 참석
제네시스, 첫 하이퍼카 도전
레이싱팀 격려하고 주요 관계자와 교류
장재훈 부회장·호세 사장도 동행
마그마·GMR 앞세워 고성능 브랜드 도약 본격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DO 겸 CCO가 13일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 제조사 빌리지 내 제네시스 부스에 전시된 차량과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르망)=정경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제네시스의 첫 ‘르망 24시간’ 하이퍼카 도전 현장을 찾았다. 제네시스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넘어 고성능 브랜드로 도약하는 세계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직접 ‘제네시스 세일즈’에 나선 것이다.

정 회장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 인근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간 대회에 참석했다. 정 회장이 르망 24시간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도 동행했다.

르망 24시간은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 레이스로 꼽힌다. 24시간 동안 차량의 성능과 내구성, 팀 운영 능력, 드라이버의 집중력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다. 제네시스 입장에서는 단순한 레이스 참가가 아니라 브랜드의 기술력과 고성능 이미지를 한 번에 알릴 수 있는 상징적 무대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LMP2 클래스에 시범적으로 참가하며 르망 무대 경험을 먼저 쌓았다. 레이싱 대회 데뷔를 앞둔 사전 준비 성격이었다. 올해는 GMR-001 하이퍼카를 앞세워 최상위권 경쟁이 벌어지는 하이퍼카 클래스에 정식으로 도전했다.

정 회장은 이날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GMR) 피트 개러지를 먼저 찾았다. 그는 드라이버와 메카닉, 엔지니어 등 GMR팀 관계자들을 일일이 만나 격려했다. 첫 르망 출전을 앞둔 팀원들에게 직접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며 사기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3일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 GMR 피트 개러지에서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DO 겸 CCO와 함께 GMR-001 하이퍼카 #19를 둘러보며 차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단]


정 회장은 개러지 안에 마련된 레이스카 엔진과 주요 부품도 꼼꼼히 살폈다. 특히,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최고디자인책임자(CDO) 겸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르망의 전설적 드라이버 재키 익스 등과 함께 GMR-001 하이퍼카를 둘러보며 차량과 레이스 운영에 대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현장에서는 정 회장이 모터스포츠에 상당한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정 회장의 이번 방문을 두고 업계에서는 제네시스의 르망 도전이 그룹 차원의 전략적 판단 아래 추진됐음을 보여주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지난해 ‘제네시스 모터스포츠 프리미어’ 행사에서 “제네시스를 모터스포츠에 진출시키자고 최고경영진에 제안했고, 단 사흘 만에 답변이 왔다”며 “결론은 ‘해보자’였다”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은 앞서 지난 2018년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에서도 “마차를 끄는 말만 필요한 것이 아닌, 전쟁에서 잘 싸우거나 잘 달리는 경주마도 필요하다”며 고성능차 개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GMR팀 저스틴 테일러 최고 엔지니어, 아누크 아바디팀 매니저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단]


제네시스의 르망 도전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가 안정적인 판매만으로 성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극한의 경쟁 무대에서 브랜드의 성격을 증명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제네시스는 모터스포츠 진출 결단 이후 약 500일 만에 르망 정식 출전 무대에 섰다. 통상 내구 레이스는 차량 개발뿐 아니라 운송, 정비 설비, 피트 운영, 인력 구성, 글로벌 물류 체계까지 동시에 갖춰야 한다. 경기마다 국가와 서킷이 바뀌는 만큼 새 현장에 맞춰 장비와 인프라를 이동·구축하는 비용과 부담도 크다. 신생팀이 단기간에 이 무대에 올라선 배경에는 현대차그룹의 전방위 지원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세 무뇨스 사장도 그룹의 통합 역량을 강조했다. 그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제네시스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우리 그룹은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며 “50개가 넘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고, 철강부터 유통, 로봇, 금융, 방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역량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오후에는 제조사 빌리지에 마련된 제네시스 부스도 찾았다. 장 부회장, 동커볼케 사장 등 경영진과 함께 전시 차량과 주요 전시물을 둘러봤다. 현대모비스의 ‘e-코너 시스템’을 탑재해 네 바퀴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할 수 있는 박스형 버기 콘셉트카도 살펴봤다. 실제 주행이 가능한 이 콘셉트 모델은 서킷 내 주요 구역을 오가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그리드 워크 이후 주요 내외빈을 대상으로 진행된 VIP 서킷 퍼레이드에도 참석했다. 포르쉐가 제공한 차량에 탑승해 서킷을 돌고 개막 세리머니에 함께했다. 경기 시작 전에는 피에르 피용 ACO(프랑스 서부 자동차 클럽) 회장, 리차드 밀 FIA(국제자동차연맹) 내구레이스위원회 회장 등 모터스포츠 주요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교류했다. 이후 피트라운지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 르망 24시간 하이퍼카 클래스에 투입하는 GMR-001 하이퍼카. [제네시스 제공]


르망 24시간은 제네시스가 새롭게 구축 중인 브랜드 생태계의 핵심 시험대다. 제네시스는 브랜드의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고성능 영역인 ‘마그마’, 이를 검증하는 무대인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으로 이어지는 3단 구조를 만들고 있다. 모터스포츠는 이 가운데 기술력과 브랜드 정체성을 동시에 시험하는 역할을 한다.

제네시스의 르망 도전은 당장의 성적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하이퍼카 클래스에는 토요타, 페라리, 포르쉐, BMW, 캐딜락 등 내구 레이스 경험이 풍부한 강자들이 포진해 있다. 신생팀인 제네시스에는 차량 완성도와 레이스 운영 능력, 장시간 내구 성능을 한꺼번에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제네시스는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외형을 키우는 데서 나아가, 고성능차와 모터스포츠를 통해 브랜드의 감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시혁 제네시스사업본부장 전무는 “제네시스, 마그마, GMR로 이어지는 구조 안에서 모터스포츠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며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가치를 엔지니어링뿐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 차원에서도 시험하고 정제하며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