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가격 얘기만 하면 눈물난다” ‘폭락’ 양파, 디지털로 생산량 예측

데이터처 ‘양파생산량 조사’ 동행
공급과잉에 22.6%↓ “가격보장 절실”
태블릿으로 현장서 생산량 즉시 산출
500개 필지조사, 수급·값 예측자료로


이명호(맨 오른쪽) 국가데이터처 차장이 15일 충남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의 한 양파밭에서 표본으로 채취한 양파의 줄기와 뿌리를 각각 1㎝ 남기고 절단하고 있다. 김용훈 기자


“저기부터 여기까지 조사합니다.”

지난 15일 오전 충남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의 한 양파밭. 오전 10시를 갓 넘겼지만 기온은 이미 27도까지 올랐다. 국가데이터처 조사원들은 표시된 구간의 양파를 뽑아 크기와 무게를 재고 생육 상태를 꼼꼼히 기록했다.

이날 진행된 조사는 ‘2026년 양파 생산량 조사’다. 결과는 올해 양파 생산량을 예측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되며, 정부의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올해는 특히 생산량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중만생종 양파의 생산단수는 평년 대비 최대 8.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상품 양파 1㎏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189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하락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햇양파 수출 추진, 정부 수매비축 확대, 소비촉진 캠페인 등 수급조절에 나선 상태다.

시연회가 열린 양파밭은 김종필(60) 씨 소유다. 김 씨는 이곳 4만6400㎡에서 40년째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올해 날씨가 너무 일찍 더워졌고 작황이 좋지 않다”며 “가격 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난다. 가격 보장이 안 되면 농민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파 생산량 조사는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돼 있어 표본으로 선정된 농가는 조사에 의무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임영일 국가데이터처 농어업통계과 과장은 “올해처럼 가격이 좋지 않을 때에는 농가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사의 첫 단계는 표본구역을 정하는 일이다. 조사원들은 대형 줄자로 거리를 재고 노란 깃발을 꽂은 뒤 빨간 끈으로 조사 구역을 표시했다. 전체 이랑 수를 확인해 기준이랑을 정하고, 표본구역 비율을 적용해 A·B 두 개 표본구역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밭주인 김 씨가 “기왕이면 좋은 데서 하지”라고 웃으며 말하자 조유석 국가데이터처 서산사무소 농어업팀장은 “좋은 곳에서 하면 오히려 부정확하다”고 답했다. 생산량 조사의 핵심은 잘 자란 양파가 아니라 밭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지점을 선정하는 데 있다.

표본구역이 정해지자 본격적인 표본 채취가 시작됐다. 꽃대가 올라온 양파는 제외하고 정상 양파만 센 뒤, 본청에서 미리 부여한 난수(亂數)를 적용해 양파 총 20개를 채취한다. 인위적인 의도나 개연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조사원이 “2번, 6번, 11번…”을 외치자 또 다른 조사원은 해당 순번의 양파를 하나씩 뽑아냈다.

강한 햇볕 아래 조사원들의 얼굴에는 금세 땀이 흘러내렸다. 단순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양파 한 개를 잘못 세면 생산량 추정치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 이날 시연회에는 이명호 국가데이터처 차장도 직접 참여해 조사원들과 함께 쪼그려 앉아 양파를 뽑고 개수를 확인했다.

표본구역별로 20개씩 총 40개의 양파가 채취됐다. 조사원들은 흙을 털어낸 뒤 줄기와 뿌리를 각 1㎝씩 남기고 잘라내 중량을 측정했다. 전국에서는 500개 표본필지를 대상으로 같은 방식의 조사가 진행된다.

이날 측정된 양파의 평균 중량은 개당 127g이었다. 태블릿에 수치를 입력하자 생산량이 자동 계산됐다. 충남 지역 건조율을 적용한 최종 생산량은 1㎡당 3240g으로 산출됐다. 밭에서 갓 뽑아낸 양파 40개의 무게가 통계 수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집계된 생산량은 향후 양파 수급 전망과 가격 예측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올해부터는 태블릿 기반 조사 시스템이 본격 도입됐다. 조 팀장은 “이전에는 조사표를 작성한 뒤 다시 입력하고 계산하는 절차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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