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中, 공급망 병목 적극 활용해 영향력 확대”
당국 개입에 스페이스X·테슬라 장비 구매 협상 중단
美·동맹국 공급망 다변화 속 “장기적 역효과” 관측도
![]() |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국이 희토류에 이어 태양광 제조 장비와 배터리 소재 등 핵심 공급망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당국이 일론 머스크의 기업들과 중국 태양광 장비업체 간 거래까지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급망이 새로운 무역전쟁 무기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맞서 희토류와 핵심 광물 수출 통제를 강화한 데 이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품목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희토류뿐 아니라 실리콘 웨이퍼, 영구자석, 발광다이오드(LED), 배터리 소재 등 첨단 산업의 핵심 부품과 소재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싱크탱크 로듐그룹은 “이들 중간 제조 부문이 새로운 공급망 병목 지점을 형성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국 담당을 지낸 라이자 토빈은 “중국의 목표는 희토류를 넘어 공급망 전반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태양광 제조 장비 시장이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셀의 92%, 웨이퍼의 97%를 생산했다. 일부 추산에서는 태양광 제조 장비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은 자국 내 태양광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 생산설비 상당수를 중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실제 중국 당국은 올해 초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태양광 장비 구매 협상에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WP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장비업체 쑤저우 맥스웰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 생산장비를 공급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지난 3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협상 중단 지시를 받았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당국의 의중을 거스를 경우 향후 사업 인허가나 지원 정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소재 공급망 컨설팅업체의 캐머런 존슨은 “중국은 ‘우리에게는 당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압박하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과 정제, 영구자석 생산에서 세계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과 배터리, 첨단 제조설비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공급망 자체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태양광 기업 한화큐셀은 지난해 자사 최신 공급망이 중국 외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유럽 역시 핵심 광물과 배터리, 태양광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WP는 중국 기업들 역시 미국의 관세 인상과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 접근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지배력을 활용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지만, 통제 범위가 확대될수록 미국과 동맹국들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희토류에서 시작된 공급망 갈등이 태양광과 배터리, 첨단 제조장비로 확산하면서 미·중 경쟁이 무역전쟁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